증권당국 수장 갑자기 바꾼 中…'브로커 도살자'가 증시 띄울까
올해 들어 공매도 제한 등 각종 증시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번엔 증권당국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중국은 1992년 이후 최근까지 10차례 증권당국 수장을 바꿨는데 당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이라 불리는 3000선을 매번 밑돌았다. 이번 인사가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8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전날 우칭(吳淸) 전 상하이시 당 부서기를 신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의 신임 주석 겸 당서기로 임명했다. 1965년 4월생으로 젊은 시절 증감위에서 기관감독부 국장, 위험처리국장 등을 역임했다.
우칭은 증감위 근무 시절 규정을 위반한 31개의 금융업체를 폐쇄하는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 '브로커 도살자'로 불리기도 했다. 2010년대부터 상하이시에서 구청장ㆍ부시장ㆍ부서기ㆍ상하이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을 지냈고 현 20대 공산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기도 하다.
해임된 이후이만(易會滿) 전 증감위 주석은 중국 공상은행 총재를 지낸 금융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증감위 주석을 은행 실무자에서 금융감독 업무 전문가로 교체했다는 건, 앞으로 증시 관리와 감독을 전문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번 인사의 배경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부진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상황에 비해 증시가 저평가되는 건 증감위가 관리 감독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경질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감위는 장관급(부장급)인 국무원 직속기구로 중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을 관리ㆍ감독하고 규제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해임은 중국 증시가 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받자 중국 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중에 나온 것”이라며 “공매도 제한이나 거래 비용 인하 등 시장 중심의 지원책은 매도세를 꺾지 못했고 지원을 약속했지만 세부 사항이 부족한 정부 성명들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고위 관료들조차 놀란 주석 교체는 4년째에 접어든 시장 붕괴의 속도와 범위에 대해 시진핑 정부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증시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유기업 핵심 성과 지표(KPI) 항목에 시가총액 관리를 추가해 기업들이 주가에 매달리도록 했고, 증권사들에게 공매도 목적의 주식 대여를 금지하도록 하는가 하면 공안부와 협력해 악의적인 공매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중앙후이진공사와 증권금융공사 등 기관을 동원해 3000억위안(약 55조원)을 역내 증시에 투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중앙후이진공사는 중국은행ㆍ중국공상은행ㆍ중국건설은행ㆍ중국농업은행 등 중국 4대 국유은행의 최대주주로 2003년 12월에 설립된 국부펀드다.
하지만 증시 부양 효과가 언제 가시화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하이종합지수는 8일 기준 3거래일 연속 반등했지만 지속성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정부 매수가 주가 하향 곡선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중국 주식을 재평가하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거시적 역풍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 소장은 “중국 내부에선 정부가 투입하려는 증시안정기금이 당초 알려진 2조 위안이 아니라 10조 위안 규모일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며 “더욱 파격적인 증시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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