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짠돌이' 된 中 청년…올해는 고향 안가고 야근 자처, 왜
중국의 전통 명절인 춘절 연휴를 앞두고 젊은 MZ 세대 사이에서 고향 귀성 대신 야근을 택하는 ‘미니멀 설쇠기’가 유행으로 떠올랐다. 신조어 ‘미니멀 설쇠기(極簡過年·극간과년)’에 대해 중국 포털인 바이두 백과는 “요란한 체면치레를 반대하는 미니멀 설쇠기가 2024년 노동자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명절 절약법이 됐다”고 정의했다. 부족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각종 소비 장려 캠페인을 펼치는 당국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의 시사 주간지 ‘삼련생활주간’은 최근호에서 위챗(중국판 카카오스토리)에 나타난 MZ세대의 ‘미니멀 설쇠기’ 실태를 소개하며 “과거 춘절은 선물 주고받기, 귀성표 구하기 등 겉보기에 설쇠기였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도시에 상경해 일하는 젊은이들은 춘절 기간에 고향에 돌아가 두세달 치 생활비를 썼다.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는 페이페이(飛飛)는 섣달그믐 만찬인 녠예판(年夜飯) 한 상에 1000~2000위안(18만5000원~37만원)이 들곤 했고, 어떤 해에는 4000~5000위안(74만~92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부모님께 영상통화만 드리고 모바일 세뱃돈으로 귀성을 대체했다. 그는 “전에는 춘절이 되면 마치 지구 멸망의 날을 앞둔 듯 물자를 사재기했다”며 “‘미니멀 설쇠기’는 소모적 습관에서 벗어나 집안을 창고로 만들지 않고 모자란 것만 보충하는 소비 절약 풍조”라고 설명했다.
화이트칼라도 '짠돌이'로 변했다. 커리어우먼인 카렌(Karen)은 “예전에는 춘절마다 한 해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을 한다며 핸드백을 사거나 새 옷을 장만하는 바람에 반년 치 저축을 써버리는 소비주의에 빠졌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춘절엔 이런 소비행태를 버렸다. 직장여성 샤오듀(小丟)는 “과거 춘절이 되면 손톱 치장과 머리를 하며 단장했지만, 올해는 그냥 모자를 쓰고 지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춘절 선물은 20~30% 저렴한 견과류가 인기”라며 “주머니가 빠듯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풍조가 대세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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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MZ 33%, “귀성 포기” 48%
춘윈(春運)으로 불리는 명절 대이동도 MZ에게는 옛 풍습이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와 컨설팅 기업 카이두(凯度)가 18~35세 젊은 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춘절 트렌드 보고에 따르면 MZ세대의 33%만이 고향으로 내려가 설을 쇨 예정이다. 48%는 일자리가 있는 도시에서 춘절을 보내고, 18%는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니멀 설쇠기의 최종판은 섣달그믐인 9일 야근이다. 매체는 경쟁을 뚫고 섣달그믐인 9일 밤 야근을 따낸 젊은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춘절마다 가족애를 소모하고 불필요한 사재기에 급급했었지만 이제 많은 이들이 불필요한 갈등만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올해는 지난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미니멀 설쇠기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9일 밤 야근을 신청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지난 2014년부터 추시(除夕·섣달그믐)가 중국의 공식 휴일에서 빠지면서 설쇠기 풍습이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까지 중국의 춘절 연휴는 음력 12월 29일부터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추시’의 시(夕)가 시진핑 주석의 성인 시(習)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연휴에서 제외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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