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퉁 인종차별’ 갑론을박…유튜버만 못한 KBS 감수성 어쩌나 [D:방송 뷰]
필리핀 사람의 서툰 한국어 발음을 흉내 내며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 니퉁을 초대해 먹방을 펼친 유튜버 쯔양이 인종차별 지적에 사과하며 영상을 삭제했다. 그보다 앞서 ‘니퉁의 인간극장’으로 니퉁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개그콘서트’는 침묵 중이다. 유튜버보다 못한 인권 감수성을 공영방송 KBS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쯔양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와 함께 먹방을 하려고 한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필리핀 분이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초대했다”며 니퉁 콘셉트로 분장한 코미디언 김지영과 함께 베트남 음식 먹방을 선보였다.
김지영은 어눌한 말투로 “‘개그콘서트’에서 ‘니퉁의 인간극장’에 출연 중이다. 원래는 농부의 마누라였는데 지금은 개그우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결혼하고 싶어서 왔고 남편 만나서 제가 꼬셨다. 마사지도 잘하고 운전도 잘하고 다재다능하다. 남편이 그 모습 보고 반했다”, “K-드라마 좋아해서 한국 남자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라고 부캐(부캐릭터)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지영은 옷을 갈아입고 ‘니퉁’ 콘셉트를 벗은 뒤 “한국 사람이다.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본 적도 없고 여권도 없다. 서울 토박이”라고 말했다.
9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인 쯔양의 이 콘텐츠는 빠르게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인종차별을 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특히 필리핀 네티즌들이 “필리핀에 ‘니퉁’ 같은 이름은 없다”, “억양을 조롱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결국 쯔양이 “저는 필리핀을 정말 존중하고 필리핀에서 제 영상을 봐주시는 많은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제작된 콘텐츠가 의도와는 다르게 누군가에겐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영상을 삭제했다.
문제는 니퉁이 KBS2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니퉁의 인간극장’에서 활약 중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니퉁이 시어머니와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으로, 이 코너에서도 어눌한 말투로 시어머니의 구박에 만만치 않게 저항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 중이다.
물론 ‘니퉁의 인간극장’ 공개 초반에도 ‘인종차별적인 캐릭터’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침묵하며 코너를 강행하던 ‘개그콘서트’보다 결국 같은 캐릭터를 공유한 유튜버가 먼저 사과를 한 셈이다. ‘개그콘서트’는 이후에도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 중이다. KBS가 유튜버 쯔양보다 못한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개그콘서트’ 입장에서도 억울함이 있을 수는 있다. 니퉁은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에 출연하기 이전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활동하던 캐릭터였다. 마찬가지로 김지영이 연기했으며, ‘폭씨네’ 채널에서 필리핀 출신 며느리 콘셉트로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일본인의 서툰 말투를 웃음 포인트 삼은 김경욱이 연기한 다나카도 유튜브 콘텐츠, TV 예능프로그램을 누비며 활약했었다. 이 외에도 지난해 ‘SNL 코리아’ 시즌4에서는 배우 윤가이가 베트남 기자 응웨이로 분해 한 코너에 출연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서툰 부분을 흉내 내고, 이를 웃음 포인트로 삼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할 일이다. 필리핀 네티즌들이 직접 “불쾌하다”고 언급을 한 만큼, 이것이 인종차별인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도 불필요하다.
무엇보다 이제는 국내 콘텐츠가 국내 시청자들을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자연스러워진 시점이다.부족한 인권 감수성을 채우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기에, 공영방송이 유튜버만 못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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