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승리 vs 완전 철군…이스라엘·하마스 협상 '평행선' 이유는
넉 달째로 접어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이 중재국을 통해 벌이는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제시한 휴전 방안을 하루 만에 거부했고, 나아가 피난민이 몰려있는 가자지구 남부로까지 전선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인명 피해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하마스 측의 휴전 방안에 대해 “완전한 승리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완전한 승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승리가 코앞”이라며 “그것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몇 년이 아니라 몇 달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하마스가 전날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지상군 철수를 비롯한 휴전 협상 조건을 제시한 뒤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하마스는 6일 이스라엘군 철수와 함께 3단계에 걸쳐 135일간의 휴전을 하고 이 기간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1명당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10여명씩을 상호 석방자는 등의 제안을 했다.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 4자(미국·이스라엘·카타르·이집트) 회의를 통해 제안한 휴전안에 대해 하마스가 보내는 역제안이다.
이에 대해 네탸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인질과 수감자간 교환 방식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은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의 설득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무너뜨린 뒤 가자지구를 영원히 비무장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과의 만남 이후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 지속 의지를 천명했다.
나아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를 넘어 피난민이 몰려 있는 남부 라파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라파는 필사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모여든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만 명이 밀집된 곳”이라며 “이스라엘군의 이런 군사행동은 이미 인도주의적 악몽에 놓인 가자지구 상황을 기하급수적으로 악화시키고 지역에 전례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생명 때문에…이스라엘·하마스 기싸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휴전 기간과 이스라엘군 철수다. 하마스는 장기간의 휴전과 함께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한다. 이스라엘 측은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원하며 그 전에 자국군 철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엔 정치적 요인도 자리잡고 있다. 전쟁 책임론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로선 섣부른 휴전과 철군은 받아들일 수 없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달 “이스라엘에선 전쟁이 끝나면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정당이 퇴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전쟁을 최대한 길게 끄는 게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데 유리한 셈이다.
하마스 입장에서도 이스라엘군 철수를 양보하기 힘들다.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전쟁을 종식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마스와 가까운 팔레스타인 분석가 살라 알딘 알아와우데는 뉴욕타임스(NYT)에 “가자지구에 한명의 점령군이라도 남겨두는 것은 (하마스에) 패배이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교착 상태를 고려할 때 양측 모두 더 오랫동안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로선 하마스 괴멸을 목표로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하마스는 건재하고 아직 끌려간 인질 136명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로서도 가자지구 남부로 전선이 확대돼 주민 피해가 커질 경우 내부 책임론에 더 휩싸일 수 있다.
6주 교전중지 후 협상으로 접점 찾나
이스라엘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밀슈타인은 NYT에 “현재 방침으로는 이스라엘이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거나 하마스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끝나는 것보다는 협상을 타결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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