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핵, 마음 먹으면 오래 안 걸린다"에…전문가 평가 엇갈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8일 전문가 사이에선 "북핵에 관한한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평가와 "동맹과 주변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7일 방송된 KBS의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우리가 핵을 개발한다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제 제재를 받을 것"이라며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 개발 역량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비춰 마음만 먹으면 시일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한국은 북한같이 단단한 화강암층이 없어서 지하 핵실험을 하기 어려워서 곤란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들는데, 하여튼 우리가 마음을 먹으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도 핵 개발 능력은 있으나 NPT를 준수하는 게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전날 대통령의 발언이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확장 억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워싱턴 일각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나왔다고 봤다. 윤 대통령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신뢰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북핵 억제를 위해 '가용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단 해석이다.
이와 관련,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NPT 체제를 존중하고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동시에 만약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군축 주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경우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수 있고, 실행할 능력도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 핵 군축 협상이나 타협은 절대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는 일부 발언이 동맹과 주변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이 한·미 핵협의그룹(NCG) 실행력 강화에 보다 방점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특히 '화강암층'이나 지하 핵실험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한 부분은 오해나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직접 핵 개발 능력과 핵실험에 대해 거론했던 대목이 자칫 '한국이 관련 사안을 진지하게 연구·검토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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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경협' 단절
한편 8일 북한 노동신문은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7일 전원회의를 열어 남북 경제협력 관련 법안와 합의서를 폐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회의에서 "북남(남북)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규정, 북남(남북)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들을 폐지"하는 안이 전원일치로 채택됐다고 전했다.
북남경제협력법은 한국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상응하는 법안으로, 남북 경협 전반을 다루고 있으며,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은 금강산에 대한 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 2005년과 2010년에 만들어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이 체결한 경제분야 합의서는 모두 112건(공동보도문 28건 포함)에 달한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해말 전원회의 발언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일방적 폐지 선언만으로 합의서 효력이 폐지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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