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요구, 시의 적극 지원... 경주가 진주에서 배울 점
[경주신문 엄태권]
▲ 2022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연례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
ⓒ 바른지역언론연대 |
2019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이하 창의도시)에 선정된 경남 진주시. 진주시는 3년간의 준비 끝에 선정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7개 분야 중 경주시와 동일하게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로 창의도시에 가입한 진주시는 무엇보다 '민간 주도' 모델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진주시 민속예술가들의 끊임없는 참여와 요청, 토론 등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로 값진 결과를 얻은 것인데, 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 또한 여기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진주문화관광재단 창의도시추진단 창의도시팀 성윤학 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주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에 선정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을 짚어본다. - 기자 말
▲ 2022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 개막식 공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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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5만의 도시 진주는 경주와 유사한 점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동시에 농업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진주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목표로 정하게 된 그 배경 또한 역사문화도시이자 농업도시에서 발생한 과제다.
진주시는 창의도시 가입 배경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역사문화도시 정체성 회복 ▲원도심 공동화 현상 해결 ▲도심과 농촌의 문화 격차 해소다.
이는 경주가 당면한 과제이기도 한데 진주시는 이를 창의도시 가입을 해결 방안으로 설정했다.
진주에서 처음 창의도시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시점은 2013년이다. 당시 정책자문교수단이 창의도시 가입 보고서를 작성·제출하며 알려지게 된 것. 이후 진주의 민속예술가들이 창의도시 가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2016년 본격적인 가입을 위한 괘도에 올랐다.
진주에서 민속예술가들이 창의도시 가입을 요구한 건 경상남도 무형문화재인 '진주오광대' 등 탈춤이 유명했지만 실제 이를 콘텐츠화, 문화관광산업화 등 미래 먹거리와의 연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민속예술가들이 지역의 유지들과 함께 창의도시 가입을 진주시에 강력히 요청하게 됐고, 2016년 진주탈춤한마당 학술발표회, 진주시-민간재단 협약체결 등 활동에 이어 경상대 정병훈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이르렀다.
이후 추진위는 2017년 '창의도시 진주 추진계획 연구진'을 구성해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진주 문화자산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민간이 주도해 창의도시 가입 밑 작업을 시작했다.
▲ 진주문화관광재단 창의도시추진단 창의도시팀 성윤학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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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학 팀장은 "진주의 창의도시 가입은 민속예술가들의 요구를 지역 유지들이 공감하게 됐고 이런 뜻이 진주시에 전달돼 이뤄지게 된 것"이라면서 "용역에 의존한 관 주도가 아닌 순수한 민간 주도였기에 3년간 창의도시 가입을 준비한 민간 관계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연구하고 토론하는 등 진주시민들의 창의도시 가입 진정성이 많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자체평가 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정말 원하고 가입 후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2023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전시 모습.(사진 제공 : 진주시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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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2019년 10월 30일 진주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크워크 가입을 승인했다. 이는 진주시가 본격적인 가입 준비를 한 지 3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창의성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전략적인 요소로 인정한 도시들 간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문화산업발전과 창의인재 육성을 강조하는데 진주시는 공공·민간 협력 강화, 교육과 훈련에 중점을 맞춰 계획을 수립했다.
진주문화관광재단의 자료를 보면 창의도시 가입 후 4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진주시는 진주시의 창의도시 미션 실현을 위한 '지역·국제적 수준의 사업' 목표 아래 ▲진주시 융복합 민속 예술공연 제작지원 사업 ▲전통공예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 ▲공예 및 민속예술 국제저널 배포 ▲시민 1인 1예능 ▲문화예술 택배 프로그램 ▲진주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제6회 국제학술토론회 등을 개최해 왔다.
특히 창의산업 육성과 국제교류 활성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와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는 2년마다 교차 개최하며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각 사업마다 진주시의 예산지원이 이뤄지고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제출한 계획들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 진주시는 2019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사진은 가입 기념식 모습.(사진 제공 : 진주시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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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식 분야로 가입한 강릉시
민간이 시작부터 진행까지 주도하고 있는 진주시와 다른 모델의 창의도시도 있다. 2023년 미식(음식) 분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강릉시다. 지난해 10월 가입한 강릉은 현재 계획 추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강릉시는 2021년 창의도시 예비회원으로 가입했으며 같은 해 조례를 제정, 교수 등 전문가 자문위원 위촉, 시민사회가 주축이 된 추진위원회 구성 등 본격적인 선정 준비를 시작했다.
2022년에는 음식 문화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으며, 부천시와 김해시 등 창의도시 선행가입한 도시와 문화포럼 및 업무협약을 맺었다.
특히 2022년 5월에는 국제미식포럼을 개최하며 국내 추천도시 가입에 힘을 쏟았고 2023년 창의도시에 선정되며 성과를 얻었다.
강릉시는 진주시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창의도시에 선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로지 민간에서 시작한 진주와는 달리 일정 부분 관에서 주도한 것. 다만 강릉에 산재해 있는 많은 음식 관련 자산들을 강릉시에서 엮었고, 이 과정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결국은 민·관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됐다고 한다.
▲ 진주시에서 발간한 공예와 민속공예 국제저널 표지.(사진 제공 : 진주시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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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3개월 남은 기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예비회원도시는 성남시(미디어), 청주시·안동시·경주시·밀양시(이상 공예와 민속예술), 순천시·울산시(이상 문학), 인천시(디자인) 등 총 8곳이다. 이중 경주와 잠재적으로 경쟁하는 곳은 최대 3개 도시라 할 수 있다.
물론 각 도시마다 계획에 의해 국내 추천도시 선정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경주시의 입장에서 가장 많은 도시가 참여하고 있는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주가 예비회원도시 가입은 2019년에 이뤄졌지만 그동안 '문화도시' 선정에 밀려 준비가 진행된 바가 없다는 것은 사실인 만큼 남은 3개월 사활을 걸거나 2027년 선정을 목표로 다시 준비하는 것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문화관광산업단체 관계자는 "짧은 기간 경주가 가진 '공예와 민속예술' 관련 인적·물적 자원 역량을 총 동원해 국내 추천도시로 선정된다면 최선의 결과가 될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 같은 분야 경쟁도시가 많은 만큼 2027년 가입을 목표로 다시, 그리고 제대로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주는 이미 지난해 말 '대한민국 문화도시'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는데 창의도시 선정도 아닌 국내 추천도시에서 마저 탈락한다면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와 추진 동력 하락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빠르고 확고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결정 주체가 경주의 미래 먹거리 문화관광산업의 나아갈 길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여론 수렴을 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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