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꾸준히 먹었더니…비아그라의 반전 효능?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루스 브라우어 박사팀은 8일 비아그라가 뇌의 혈류를 개선해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치매 환자 절반 이상의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대뇌 피질세포의 점진적인 퇴행성 변화로 뇌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신경세포 수가 현저히 감소한다. 가벼운 건망증으로 시작해 기능장애는 물론 기억력과 정서 면에서 심각한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노망’이라 불리기도 한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영국에서 발기부전 진단을 받은 평균 연령 59세의 남성 26만9725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해 추적ㆍ관찰했다.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5년이다. 이들 중 55%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았고 45%는 처방받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당시 기억력·사고력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연구 대상자들이 처방받은 발기부전 치료제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DE5I)는 본래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개선하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하지만 현재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PDE5I 억제제는 정맥과 동맥을 이완시켜 혈액이 더 잘 흐르도록 한다. 음경으로의 혈류를 증가시키는 화합물인 cGMP를 분해하는 효소 PDE5I를 억제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다.
분석 결과, PDE5I 억제제를 복용한 남성들은 비사용자들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낮았다. 특히 21~50개의 비아그라 처방전을 받은 남성들의 알츠하이머 위험도가 많이 줄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1119명이었다. PDE5I 복용 그룹에서 749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고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서 370명이 진단받았다. 발병률은 치료제 복용 그룹이 1만인년당(1인년은 1명을 1년간 관찰한 값) 8.1명, 복용하지 않은 그룹은 9.7명이었다.
다만 연구팀은 비아그라 처방만을 두고 분석했기 때문에 다른 변수들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남성이 비아그라를 찾는 만큼 애초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비아그라와 알츠하이머가 연관이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브라우어 교수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이런 약물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적절한 임상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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