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미고 숨 막힌다"…얼음 침대 위 북극곰의 슬픈 낮잠

니마 사리카니의 '얼음 침대'(Ice Bed). 사진 런던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최고의 야생 사진으로, 북극곰이 표류하는 작은 빙산 위에서 낮잠 자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선정됐다.

7일(현지시간)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영국 아마추어 사진사인 니마 사리카니가 출품한 '얼음 침대'(Ice Bed)를 '2023년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지난해 출품된 5만여점의 작품 중 전문가위원회의 평가로 25점의 후보작을 추렸다"며 "이중 역대 최다 참여 인원인 7만5000여명의 선택으로 최고인기상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진은 사리카니가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인근에서 3일간 노력한 끝에 촬영에 성공한 것이다.

사리카니는 탐험선을 타고 북극곰을 찾는 데 3일을 보냈지만, 노르웨이 섬 주변의 짙은 안개로 촬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그는 운 좋게도 해빙 지역을 지나가던 중 한 쌍의 곰을 발견했다. 한 마리는 나이 많은 수컷이었고, 다른 한 마리는 어린 곰이었다.

사리카니는 어린 곰이 휴식을 취할 때까지 8시간가량 따라다녔고, 곰이 작은 빙산 위에 올라 팔로 얼음을 긁어낸 뒤 잠을 자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국제북극곰협회에 따르면, 북극곰은 '낮잠 자리'(day beds)라고 불리는 잠 잘 자리를 스스로 파낸다. 북극곰은 식사 후 1~2시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리카니는 "매우 영광스럽다"면서 "'얼음 침대'는 보는 사람에게 희망과 같은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인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이 사진이 희망을 불러오길 희망한다"면서 "인간이 야기한 혼란을 수습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거 런던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이 작품을 두고 "가슴 저미고 숨이 막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은 동물과 그 서식지 사이에 존재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와 함께 기후변화의 악영향과 서식지 파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얼음 침대'를 포함해 최종후보에 오른 5점의 작품을 오는 6월 30일까지 박물관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