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에 벌써 3년차 이장님…평균 68세 마을 지킴이 화제
고교 졸업 후 꿈 찾아 상경…'돈이 꿈이 됐다' 느껴 고향 방문
몰랐던 완도의 아름다움 반해…청년 사업 중 이장직 제안 받아
어르신 민원 해결사 활약…"허락된다면 오래 이 일하고 싶어"
푸른 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대한민국의 땅끝에 위치한 작은 마을. 전남 완도군 용안리에는 약 60여명의 어르신을 책임지고 있는 젊은 이장님이 있다. 시골에서는 50~60대도 청년으로 불린다고 하지만 이보다 훨씬 젊다. 어르신들 용어로 말하면 '애기'다.
용안리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68세다. 그런데 이곳의 대소사를 도맡아 어르신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는 이장은 26살이다. 그것도 벌써 3년 차 이장님이다.
김유솔씨는 마을 어르신들의 '문자 메시지 대신 보내주기', '집 앞 들풀깍기'부터 완도군과 처리해야 할 큰 행정업무까지 전부 책임지고 있다.
올해로 벌써 2번 연임을 했다. 처음 이장이 된 2022년에는 대한민국 최연소 이장이라는 타이틀도 가졌다. 한평생인 26년을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완도 토박이는 아니다. 고등학교까지 완도에서 나온 김 이장은 졸업 이후 디자이너를 꿈꾸면서 서울로 떠났다고 한다.
당시에는 집 앞만 나가도 모두가 나를 알아보는 완도와 달리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서울이 좋았고 죽어도 서울에서 죽겠다는 마음으로 힘들어도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소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고 한다. 당장의 꿈이 '월급 조금이라도 더 주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돼버린 것을 느꼈다.
수년 만에 찾은 고향 용안리는 10대 4명, 20대 3명, 30대 2명뿐이 남지 않았고 경로당의 막내가 66세인 고령화된 마을이 돼 있었다. 김 이장은 어렸을 때 함께 완도에서 지냈던 청년들이 모두 빠져나간 것을 보고 청년들을 불러 모으는 등 주도적 활동을 위해 청년공동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이장선거를 앞두고 있던 2022년 1월께 전 이장이 이장을 해볼 생각 없느냐는 제안을 해 왔다. 후보는 김유솔씨와 함께 한 명이 더 있었지만 김씨가 나온다는 말을 들은 다른 후보 어르신은 "나는 이제 힘 딸려서 못해. 젊은 사람이 하겠다는데 우리가 모두 도와야지"라며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이렇게 24살의 김씨는 대한민국 최연소 이장이 됐다. 김 이장의 업무는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뜬 시점부터 시작된다. 마을에 잡초가 너무 자라진 않았는지, 눈이 오는 겨울에 어르신들 넘어지지 않도록 제설제가 잘 뿌려졌는지, 가로등은 저녁에도 잘 켜지는지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산더미다.
뿐만 아니라 완도군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까지 모든 대소사가 김 이장의 몫이다. 김 이장은 어르신들의 민원과 고충을 듣기 위해 하루 대부분을 경로당에서 지낸다.
김 이장은 지난해까지는 30만원, 올해부터는 인상돼 4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사진관과 청년공동체, 그리고 이장. 생업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책임감'이라고 한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김 이장의 진심을 어르신들은 아주 잘 알고 굳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윤자(77)씨는 "내 휴대전화가 고장이 났는데, 자식 손주들은 다 객지에 나가 있어 나는 이런 거 볼 줄도 모르고 끙끙 앓고 있었던 상황에 젊은 이장이 몇 번 만지니까 새것이 돼 돌아왔다"며 "이장이 다 젊으니까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강봉심(79)씨는 "요즘 행정업무들은 다 컴퓨터나 자판기같이 생긴 거(키오스크)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김 이장이) 항상 같이 가줘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유솔 이장은 "어느 날은 한 어르신이 '이장 감 먹어'라며 집 창문을 나뭇가지로 열고 대뜸 검은 비닐봉지를 밀어 넣었다. 어르신들의 따뜻한 사랑을 한 몸에 느껴진다"며 "언젠가 어르신들이 제가 이장이었을 때를 뒤돌아보며 '김 이장이 그거 하나는 잘했지'라는 업적 만들기가 꿈이고 어르신들이 허락하는 한 오래오래 이장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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