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끝까지, SF9 유태양 [D:인터뷰]
유태양은 2024년 새해부터 바쁜 나날을 보냈다. SF9으로 1년 만에 미니앨범 13집 '시퀀스' 컴백 후, 곧 바로 댄스 콘서트 '희노애락'에 참여했다. 팀 활동과 개인의 역량을 보여주는 투 트랙은, 준비 과정부터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구석이 없지만, 해냈을 때 성취감은 어떤 말로도 담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희노애락'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을 토대로 삶의 뜨거운 열정을 담은 댄스와 댄서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획기적인 콘셉트의 공연이다. 유태양에게 '희노애락'은 팀에서 메인 댄서라는 자신의 포지션을 부각시킬 수 있어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시즌1에는 아이돌 그룹 중 단독으로 참여했고, 여기에서 시너지를 확인한 제작진 측에서 꾸준하게 유태양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유태양은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제안이 들어왔음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흔쾌히 임했다.
"처음 3년 전 '희노애락'을 신기한 감정으로 시작했어요. 춤으로만 만들어진 콘서트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희노애락'은 댄스로만 무대를 채운다는 게 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시즌 3까지 콘셉트를 매번 바꿨고 의상, 액세서리 제작까지 모두 참여했어요. 무대를 비롯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관여해 만든 결과물이라 애정이 깊어요."
'희노애락 시즌3 러브 스토리'는 사랑을 테마로 우리의 삶에 잊고 있던 감정, 사랑을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댄스로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유태양에게 전달된 콘셉트가 있었지만, 조금 더 자신이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댄스로 녹여보고 싶었다. 계획된 걸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은 그야말로 모험이었다.
"고민 끝에 '희노애락' 측과 이야기를 나눠 전체적인 구성을 변경했어요. 엔딩 무대에서 다른 주제로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저는 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꿈이 있는 사람에게는 열정을 전달하고, 꿈을 잊고 지낸 사람에게는 다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등, 꿈에 대한 사랑을 흔들어 깨워 다시 살려내는 주제로 정했어요. 이 주제는 아예 없었기 때문에 엔딩에 걸맞은 스토리가 될 수 있도록 고심과 연습을 거듭했어요."
유태양은 시즌3에서 관객들을 무대 위 존재만으로 압도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시즌1때는 수트로 시작해 남성의 댄디함, 섹시함을 보여주고 엔딩 때는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준비했었어요. 시즌2 무대는 라틴 음악에 맞춰 완전 화려한 콘셉트로 만들었고요. 시즌3에는 파워풀, 강렬함, 화려함을 다 넣었어요. 시즌3 때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도전할 수 있을까 연구했고, 본질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번엔 시작 할 때 다 걷어내고 무대 위에 혼자 서서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없이 내가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에게 '압도가 된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에 걸맞은 안무와 분위기를 신경 썼어요. 노래도 고심해서 골랐고요. 엔딩 때는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무대로 만들었고요. 엔딩 의상이 빨간색이었는데 한 번도 그런 콘셉트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어요. 빨간색이 곧 열정을 뜻하기도 하니까 이걸 무대에 녹여내보고 싶었죠."
유태양은 시선 처리, 손끝 하나까지 신경 써 매 무대를 완성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무대 아래서 계산한다. 자신의 무기를 파악한 후, 정교하게 다듬어 간 진정성과 개성은 모방될 수 없는 차별화를 만든다.
"신경을 뾰족하게 세우고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눈에 다 보여요. 저 뿐만 아니라 정말 시간과 노력을 들인 가수들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거예요. 전 연습과 모니터링을 한 후, 또 머릿 속에 이것저것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요. 그렇게 날카롭게 다듬어가려고 해요. 이번에는 첫 곡에 정말 신경 썼어요. 첫 곡이 이틀 밤 새고 또 수정한 안무예요.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기 때문에 원작자의 색을 살리면서 나의 색을 어떻게 입힐 수 있을까 고민했죠. 가만히 서 있는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가만히 20초를 서 있어도 아우라를 풍기고 싶었어요. 왼발부터 걸을지, 오른발부터 걸을지, 턴을 할 때는 시선을 어떻게 할지 등을 다 정해놓죠. 처음부터 내가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이라도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주어진 시간은 10일, SF9 '비보라' 컴백 일정과도 겹쳤기 때문에 정신적, 체력적으로 단단하게 자신을 붙들고 가야 했다. 몸이 편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타협을 한다면, 이 모든 걸 끝낸 후 후회할 것 같았다. 다년간의 경험 끝에 얻어진 유태양의 철칙이자 루틴이다.
"공연 일정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받았고 주제를 한 번 바꿨기 때문에 모든 것이 촉박했어요. 의상도 공연 전날 완성됐어요. 공연 전날 안무를 전면 수정하고, 또 안무를 제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필요한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죠. 그래서 그냥 계획된 대로 진행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조금 힘든 길을 가더라도 내가 생각했을 때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이틀 밤을 새고, 안무 수정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워요. 이 일을 하다 보면 갑작스러운 경우가 많기는 해요.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로 보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저의 몫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는 인터뷰 중 유독 '책임'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SF9의 유태양으로 설 때와, 홀로 있을 때 만들어가는 작업에 대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책임과 사명을 다 해야만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는 기분을 느끼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설령 아쉬움이 남더라도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 않다.
"항상 '모든 건 나의 역량이고, 나의 책임이다'라는 생각을 곱씹어요. 과정이 어떻든 내가 제대로 못하면, 그냥 못한 무대가 되고 말거든요. 대신 그만큼 얻는 즐거움도 커요. 팀 활동 할 때는 인원수 만큼 여러 가지 생각도 있고 조율도 필요해요. 팀 안에서 제가 담당하는 이미지도 분명히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맡은 바에 충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요. 뮤지컬을 해오면서 유태양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주체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더 분명하게 갖게 됐어요. 그만큼 더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요. 그래야 저 자체도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SF9, 뮤지컬, 댄스 콘서트까지 유태양이 꺼내드는 얼굴과 카드는 매번 다르다. 무엇을 생각하든,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는 한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걸 지향하는 지 많이 찾아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워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시간이 지났을 때 후회가 덜 남을지, 나의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요. 살아 있는 시간 동안은 저의 희로애락으로 끝나지만, 나중에 제가 죽고, 3~40년 뒤 가서 본다면,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모두 기록에 남게 되잖아요. 그 때 당당한 나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매번 자신의 한계를 몰아붙이며 작업하는 방식이, 자신을 지치게 하지는 않을까. 유태양은 자신도 사람인지라 지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저 같은 사람은 사실 조금 살기 힘들어요. 굳이 고생하면서 사는 사람이랄까요.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 하면 다시 준비할 게 생기니까 항상 긴장하고 촉을 세우거든요. 그래도 성취감이 커요. 그냥 저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진부하긴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예요.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것들로 만들어가겠지만, 무엇이든 주어진 일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죠. 가끔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하지 싶어요.(웃음) 밥도 조절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춤도 춰야 하고, 잠은 못 자고, 내 시간도 없거든요.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그냥 그렇게 하는 제 자신이 좋아요. 멋있기도 하고요."
사실 몇 달 전 자괴감에 빠져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어제보다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었는지 깨닫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이 존재하는 건 실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아닌, 꿈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 위에 누군가 있잖아요. 그 때의 저는 '왜 나는 이렇게 할 수 없을까', '나는 해도 안되는 건가'라는 자괴감들로 정말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면 되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진짜 거짓말 안 하고 그 생각을 하자마자 숨이 쉬어지더라고요. 한 동안 속이 꽉 막힌 기분이었거든요. 제 무의식적으로는 이렇게 쭉 생각해왔을 텐데 말이죠."
매일 아침, 유태양은 자신의 상황과 꿈에 대해 글로 기록한다. 타성에 젖어 기계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생각하고 탐구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뭘 이루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지, 이 직업을 이어나가는 이유 등을 써봐요. 별 건 아니고 15분이면 끝나요. 살아지는 대로 살아간다면, 그것에 대해 내가 당당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거든요. 이끌려가는 대로 가는 게 아니라, 과정이 조금 어려울 지라도 내 것을 찾아가고 싶어요. 성격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끝의 끝을 봐야지만 만족이 됐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아니 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부서져라 해야죠."
업계나 팬들 사이에서 유태양의 무대는 믿고 보는 것으로 통한다. 그의 직캠들은 다른 팬들도 찾아보게 만들기로 유명하다.
"사람들이 제게 기대하는 것들이 있고, 저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어요. 좋고 감사한 말이죠. 그만큼 사명감과 부담감이 있어요. 시간을 지나오면서 저를 다듬어오다 보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삶의 궁극적인 원동력도 흐지부지된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뮤지컬 한 편을 하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최선을 담아야만 관객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실제로 관객이나 팬분들이 저의 의도를 다 알아봐 주시고요. 저도 모르는 내면 연기의 디테일까지 찾아주시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힘을 얻어요."
그의 재능의 실마리는 노력이다. 여기에 자신의 한계를 함부로 재단하거나 예상하지 않으려 한다. 다양하게 한계 없이 나아가는 발걸음이 자신감과 성숙으로 치환된다.
"저는 단지 현명하게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제 색깔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팬 분들은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순간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보는 사람이 봤을 때 그걸 개성이 있다고 느껴주니 '그럼 그게 맞는 거겠지'라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굳이 제가 일부러 나의 색을 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거든요. 뮤지컬에 도전한 것도 제가 생각한 색에서는 벗어난 일이었어요. 사실 그 때는 나의 색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무섭기도 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새로운 내 모습들을 꺼내기도 하고, 본업에도 장점이 됐죠.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팬들에게 제가 정체돼 있지 않으려고 얼마나 많은 탐구하는지 말로 할 수 없으니 보여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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