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 민주노총의 호소 "이젠 우리가 윤석열 정권에 거부권 행사하자"

박수림 2024. 2. 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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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 9개 거부한 윤 정부, 참 무능"... 서울역 귀성길 시민 향해 '퇴진' 약속

[박수림, 유성호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과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 유가족,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민무시, 민생외면, 거부건 남발, 윤석열 정권 퇴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권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을 찾아 윤석열 정권 퇴진을 약속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30여 명은 8일 오전 11시 서울역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양곡법을 시작으로 방송법, 노조법 2·3조에 이어 최근 이태원 특별법까지 모두 9개의 민생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정부는 치솟는 물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언론 자유, 사회적 재난 등 국민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치적 잇속을 챙기는 데 급급한 동안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아프고 다친 사람들의 목소리는 갈 곳을 잃었다"면서 "설을 맞아 민주노총은 새해 반드시 윤 정권을 퇴진시키고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노동권과 공공성 막는 윤석열 정부, 퇴진 약속"
 
▲ 민주노총 “노동권, 공공성 막는 윤석열 정부, 퇴진 약속” ⓒ 유성호

"명절이면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며 운을 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병원과 대중교통 등에서 명절 연휴를 위해 헌신하는 노동자, 회사가 주는 작은 선물 하나에도 차별을 느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임에도 여당은 노동자나 서민을 위하기보다 총선에서 누가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지에만 매몰돼 있다"며 "우리 사회 노동권과 공공성을 가로막고 있는 윤 정권을 몰아내고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겠노라 약속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산별노조도 윤 정부의 최근 행태를 지적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전날 방영된 윤 대통령의 KBS 녹화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언급하며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하지 못하고 파우치라고 얘기하는 앵커는 눈물겹도록 처량했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겠다'던 정부는 재벌과 자본만 바라본다"면서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 인력 확충, 그리고 간병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의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언급하며 "노란봉투법은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오라는,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다시 태어나 벌어도 다 갚지 못할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자는, 노동자의 생이 파괴되지 않도록 하자는 법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올해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투쟁을 재점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절이 고통스러운 유가족들 "제발 관심 가져달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과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 유가족,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민무시, 민생외면, 거부건 남발, 윤석열 정권 퇴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분신 사망한 택시 기사의 딸도 참석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는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설 명절은 이태원 유가족들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며 "참사의 유가족이 아닌 산재 사망사고 희생자 유가족이나 힘든 싸움 끝에 목숨을 잃은 노동자분들의 가족도 명절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1년 3개월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외쳐왔던 것은 단 하나, 진상규명이었는데 윤 정부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특별조사위원회가 무소불위 권한'을 갖게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내세우며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부디 특별법 재의결에 관심 가져주시고 진상규명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 해달라"고 전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사업장 앞에서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고 방영환씨의 딸 방희원씨는 "아버지는 자신이 근무했던 택시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 근절하라', '있는 법을 지키라'며 시위를 하던 중, 기나긴 투쟁 끝에 억울함을 알리고자 분신을 선택했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살아생전 아버지는 서울시와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이들은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말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기관들이 더 이상 (사업장의 위법을) 방조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설 연휴가 끝나고 2월 15일에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택시회사 대표의 선고가 예정돼 있다"며 "그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과 고미경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권 2년 만에 우리 사회는 20년은 더 뒤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며 "민생 법안을 거부하면서 윤 정권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더는 이 정권을 그냥 놓아둘 수 없다. 이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권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민 무시 민생 외면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 '거부권 남발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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