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죽이는 고철덩어리 좀비, 세종보를 해체하라"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 6일 끔찍한 모습을 다시 만났다. 충남 금강은 다시 피바다가 됐다. 현장이 적갈색 흑탕물이 금강본류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공사전 최소한의 시설인 오탁방지막은 빗물에 떠내려갔다. 오탁방지막을 다시 설치 중이었다. 사업은 강행되고 있었다. 오탁방지막이 설치될 동안은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장은 그런 기본도 지켜지지 않았다.
▲ 공사하는 세종보 현장 |
ⓒ 이경호 |
현장에서 활동가들은 피켓을 다시 들었다. 피켓을 들고 보해체를 외쳤지만, 공사장의 소음을 뚫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신발 끊을 동여매고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니 과거의 일들이 생각나고, 고물보였던 세봉보를 다시 세우려는 정부에 실소가 나온다.
▲ 공사현장 앞에서 피케팅 중인 환경활동가 |
ⓒ 이경호 |
고물이 된 세종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약 35억의 세금이 들어간다. 세종보는 2012년 완공된 이후 정기적으로 고장과 멈춤을 반복 해왔다.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때문에 4대강 16개보 중에 가장 빠르게 철거해야 하는 보로 지목되었다.
▲ 2009년 세종보 계획안 내용 발췌 |
ⓒ 오마이뉴스 |
결국 실린더 함 내부는 토사 유입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수문을 개방 할 때마다 잠수부를 동원해야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잠수부만 평생직장을 가지게 되었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결국 준공 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3년부터 실린더가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6년 3번의 유압실린더 고장이 있었고 기름유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결국 매년 봄이면 수문을 전면 개방한 상태에서 정기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수리를 반복했던 고물보이다. 다시 수문을 단아 담수를 진행하고 나면 매년 이런 비용을 세금으로 지불 해야 한다. 준공 이후에는 시공사의 하자보수기간이라 비용을 시공사에서 부담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세금으로 이 비용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고물보를 다시 가동하려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세종보가 건설된 이후 보의 구조적 문제만 있었던 건 아니다. 보 상류 생태계는 파탄났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 및 평가'에 따르면 세종보의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호수나 담수 바닥에 서식하는 생물)이 4년 연속 D등급이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흰수마자, 미호종개, 큰고니, 큰기러기 등 저서생물 뿐만 아니라 생태계 자체가 위험에 빠졌다. 수문이 개방된 이후 생태계 회복을 통해 다시 보에 돌아온 생물에게는 청천벽력이 따로 없는 소식이다.
여기에ㅍ더해 세종시는 잘못된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하천 개발로 물놀이 시설 등을 만들고 레져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헛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 세종보 가물막이중인 모습 |
ⓒ 세종보 |
2017년 11월 세종보를 개방하면서 지금까지 6년간 금강은 스스로 자연성을 회복해왔다.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돌아왔고,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가 회복된 모래톱에 산란하기 위해 금강으로 귀향했다. 생명이 살아있는 강을 다시 죽이는 보철거 중단해야 한다. 고물보인 세종보는 고물상으로 보내야 한다. 고물 세종보를 활용한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생각하고 생태계 회복을 지켜봐야 한다.
▲ 공사중인 현장과 피케팅 모습 / 흑탕불이 금강으로 유입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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