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9억' 클린스만 해임 못한다?…위약금 대체 얼마길래

송지훈 2024. 2. 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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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졸전 이후 클린스만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축구계 안팎에서 거세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위약금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정을 모두 마친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대표팀은 8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손흥민(토트넘) 등 해외파 멤버들은 곧장 소속팀에 복귀하고 조현우(울산) 등 K리거들이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은 역대 최고의 라인업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에 이르기까지 매 경기 졸전과 부진을 거듭하다 4강에서 도전을 마쳤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3-1승)를 제외하곤 속 시원한 승리를 거둬보지 못 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전술과 선수 구성에 변화를 주지 않아 핵심 멤버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됐고 경기 중 흐름이 좋지 않을 때 사령탑으로서 제대로 된 해법을 보여주지 못 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 도중 심판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는 클린스만 감독. 뉴스1

대한축구협회는 천신만고 끝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직후 클린스만 감독 관련 비공개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관계자는 “중도 탈락할 경우에 대비해 감독 교체를 포함한 플랜B와 플랜C를 마련하는 자리였다”고 귀띔했다.

한국은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8강에서 호주와 잇달아 120분간의 혈투를 벌인 끝에 모두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선수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정신력만으로 버티는 축구로는 한계가 있었다.

4강전은 클린스만 감독 전술적 역량의 민낯이 드러난 경기였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책임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공백, 중앙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의 부진 등 한국의 전술적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요르단은 전후반 내내 박용우가 볼을 잡길 기다렸다가 신속히 에워싸며 압박했다. 요르단의 기대대로 박용우는 실수를 연발했고, 앞선 경기에서 신속한 판단과 움직임으로 뒷문을 든든히 지켜주던 수비 기둥 김민재가 결장한 수비진은 이와 같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 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4강’이라는 성적표를 ‘실패’로 단정 짓긴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과 팬들이 한 목소리로 사령탑 조기 교체를 요구하는 이유는 아시안컵을 통해 드러난 클린스만호의 전술적 역량 부족이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졸전에 가까운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뜻 모를 미소를 지어 구설수에 올랐다. 연합뉴스


매체별 보도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220만 달러(29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2년 반 정도의 임기를 남겨둔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할 경우 축구협회가 물어줘야 할 위약금은 6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일 경우 잔여 임기 연봉을 모두 지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클린스만과 함께 하는 코칭스태프 계약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음 사령탑 및 코칭스태프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축구대표팀 감독 교체에 따른 손실 비용은 경우에 따라 100억원 가까이까지 치솟을 수 있다. 현재 천안 대표팀트레이닝센터 건립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는 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수십억 원 대의 뭉칫돈을 선뜻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붕괴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거액의 위약금을 주고 계약기간이 남은 감독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임 과정에 관여한 이들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행정적으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한 건 마이클 뮐러 감독선임위원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협회 최고위급 인사가 물밑에서 관련 협상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협회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하면 하루 빨리 사령탑을 교체하는 게 축구대표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바람직한 결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축구협회가 (재정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클린스만 감독 체제를 유지하길 원한다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축구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명확한 계획과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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