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기’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친모 징역 8년…울먹인 재판부

손성배 2024. 2. 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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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출산한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거주지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고모(35)씨가 2023년 6월30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 피고인, 수감 생활 동안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점을 생각하십시오. " 수원 냉장고 영아 살인 사건 피고인에게 재판장은 징역 8년을 선고하며, 이례적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아기’ 문제가 사회적 주목을 받게 만든 사건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황인성)는 8일 오전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출산한 아기 둘을 살해한 뒤 거주지 냉장고 냉동칸에 보관한 혐의(살인·사체은닉)로 구속기소된 고모(35)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구속 수감 당시 임신 상태였던 고씨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푸른색 수의를 입고 법정으로 들어온 고씨는 불룩 나온 배 위에 양손을 얹고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자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황 재판장은 고씨에 대한 선고에 앞서 건강 상태를 살피며 “법원 간호사가 법정에 있으니 불편하면 제 말을 잘라도 괜찮으니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이어진 판결 선고에서 재판부는 고씨와 변호인 측의 ▶살인이 아닌 영아살해죄로 의율해달라 ▶시신을 주거지에 보관했으니 은닉이라고 볼 수 없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 등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고씨의 살인 혐의에 세 자녀를 양육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저지른 참작할 수 있는 동기가 있다며 참작 동기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구속 직후 친모가 작성한 편지. 손성배 기자


재판부는 “피고인이 두 자녀 모두 태어난 지 29시간 만에 살해했으므로 분만 직후 비정상적 심리 상태 등으로 인한 영아살해죄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지 냉장고에 시신을 숨겨 처벌을 피하려고 했으며, 범행 전 소주 1병을 마신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수사기관 범죄분석 결과 피고인은) 무능력한 남편에게 의지할 수 없었고 세 자녀마저 제대로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정이 있어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황 재판장은 주문을 읽기 전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황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세 아이가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순간 2~3초 정적이 흘렀고, 이어 “세 아이의 동생이 됐을 생명을 사라지게 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앞으로 태어날 고씨의 임신 중 아기와 고씨에 대한 당부를 전하며 수원구치소가 신청한 출산을 위한 구속집행정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은 “한창 크고 있는 세 아이와 (피고인이)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숨진) 두 아이, 앞으로 새롭게 기회를 부여받아 책임감을 느껴야 할 한 아이의 엄마로 피고인 자신을 잘 돌보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수감 생활을 잘 해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준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고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해 6월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 자수한 고씨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 미신고 출생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 감사 과정에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례를 발견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하도록 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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