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후려치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뭐길래 #돈쓸신잡 136
동학 개미가 단단히 화가 났다. 코로나가 터진 직후 열정적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던 그들은 한국 증시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속속 시장을 떠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주가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 받는 것은 어제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지부진한 증시는 한국 경제에도 암초다.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자마저 한국에서 돈을 빼면 당장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래서 국내 증시 부양은 단지 투자자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필수다.
정부는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기업 밸류업 프로젝트’다. 저평가 받고 있는 국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PBR이 낮은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이나 건물 등을 보유해 순자산이 1조원인 기업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 기업의 주식을 모두 합쳤을 때의 가치는 5000억원이다. 그럼 이 기업의 PBR은 0.5다. 그럼 이번엔 PBR이 1인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기업의 주가는 보유 자산의 가치와 동일하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PBR이 1 미만인 기업은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상장사 10곳 중 7곳의 PBR은 1이 이하다. 그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1 기업 보고서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기재하기
2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한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3 PBR 지표를 개선한 기업들을 선정해 이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 상품 개발
즉, 정부는 기업들에게 ‘왜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그렇게 낮은 상태인지 설명하라. 그리고 개선책을 마련하라’라며 압박을 하고, 그 대신 개선을 한 기업에겐 더 많은 투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ETF 상품에 넣어주겠다는 것이다.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꺼내든 것이다.
이 정책을 먼저 펼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꽤 오랫동안 증시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일본은 고강도 체질 개편을 했고, 작년과 올해 증시 호황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 역시 PBR 개선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PBR이 1 미만인 기업이 개선 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상장폐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며 경고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PBR을 개선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주주들을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혹은 자사주를 매입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의 물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면 더 많은 투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그 결과 주가가 오르면서 PBR이 개선되는 것이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