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처녀 된 할머니... 황당 설정으로 800만 관객 사로잡은 그녀

양형석 2024. 2. 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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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황동혁 감독-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

[양형석 기자]

작년 한 해 넷플릭스는 <더 글로리>와 <퀸메이커>,<사냥개들>,<마스크걸>,<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다양한 색깔과 매력을 가진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선보였다. 넷플릭스는 올해도 최우식과 손석구 주연의 <살인자o난감>과 구교환과 이정현이 출연하는 <기생수: 더 그레이>, 한재림 감독의 <더 에이트 쇼>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 <경성크리처>와 <스위트홈>,<지옥>도 차기 시즌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따로 있다. 바로 올해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인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 시즌2다. 전 시즌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주연배우들의 개런티를 제외한 제작비가 1000억 원으로 늘어난 <오징어게임> 시즌2는 기존의 이정재와 이병헌, 공유, 위하준, 임시완, 강하늘, 양동근, 박규영, 조유리, 원지안 등이 합류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일약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연출하기 전에도 아동성폭행(<도가니>)이나 비운의 역사(<남한산성>) 같은 무거운 주제를 꼼꼼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연출하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의 필모그라피에는 온 가족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훈훈한 명절용 가족코미디도 있었다. 대표적인 영화가 2014년에 개봉해 7개 나라에서 리메이크됐던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다.
 
 <수상한 그녀>는 2014년 설날 시즌에 개봉해 86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 CJ ENM
 
백상-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휩쓴 배우

2003년 <대장금>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단팥빵>에서 최강희 아역, <황진이>에서 하지원 아역, <태왕사신기>에서 이지아 아역,<태양의 여자>에서 김지수 아역을 맡으며 아역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9년에는 훗날 <건축학개론>을 연출하는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에서 신들린 소녀 소진을 연기했다. 심은경은 미국유학시절 학생들과 함께 <불신지옥>을 관람했는데 친구들이 모두 심은경의 연기를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그렇게 아역 및 청소년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심은경은 2011년 첫 주연작을 만났다. 바로 2008년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이라는 좋은 신인배우를 발굴했던 강형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써니>였다. 심은경은 <써니>에서 임나미(유호정 분)의 고교시절을 연기하며 열연을 펼쳤고 <써니>는 전국 736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심은경을 일약 흥행배우로 만들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하느라 제대로 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한 심은경은 한창 배우로 떠오르던 2011년 유학을 선택해 2013년까지 피츠버그와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심은경은 유학생활 중에도 배우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심은경이 유학시절에 출연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궁녀 사월이 역을 맡았던 심은경의 첫 번째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였다.

2013년 유학생활을 마친 심은경은 2014년 <도가니>를 연출했던 황동혁 감독의 신작 <수상한 그녀>에 출연했다. 데뷔 첫 원톱주연 영화라 부담도 컸지만 심은경은 70대 할머니의 영혼을 가진 20대 가수지망생 오두리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를 통해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해 무려 7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누렸다. 2015년에는 <부산행>의 오프닝 좀비 역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심은경은 2017년에 개봉한 <조작된 도시> 이후에는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은경은 2019년 <신문기자>를 통해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일본에서도 연기력을 인정 받고 있다. 사실 심은경은 <써니>와 <수상한 그녀>에서의 역할 때문에 아직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오는 5월이면 어느덧 30대가 되는 심은경은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출했던 최국희 감독의 신작 <별빛이 내린다> 촬영을 마쳤다.

코미디와 휴먼드라마의 적절한 조화
 
 심은경은 2014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전도연,김희애 같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CJ ENM
 
<수상한 그녀>는 2014년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월 22일에 개봉했다. 한국에선 크리스마스, 추석, 여름방학 시즌과 함께 '극장가의 4대 성수기'라 불리는 시기지만 사실 <수상한 그녀>는 그 해 겨울 시즌의 최고 기대작은 아니었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겨울왕국>이 이미 세계 극장가를 휩쓸고 있었고 같은 날 개봉한 박보영, 이종석 주연의 <피 끓는 청춘>도 <수상한 그녀>보다 배우 라인업이 화려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수상한 그녀>는 개봉 후 일주일 동안 <겨울왕국>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키다가 설 연휴가 시작된 후 1위로 올라섰고 최종적으로 전국 865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이변을 일으켰다. 주인공 심은경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가족 드라마 장르도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황동혁 감독의 깔끔한 연출, 무엇보다 명절에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800만이 넘는 관객들을 사로 잡은 비결이었다.

사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관객들이 보면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던 70대 할머니 오말순 여사(나문희 분)가 영정사진을 찍고 나온 후에 20살 꽃처녀(심은경 분)로 변한다는 설정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수상한 그녀>의 황당한 설정은 심은경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납득시켰다.

<수상한 그녀>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시종일관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영화지만 영화가 크라이막스에 도달할 때는 '눈물포인트'도 놓치지 않았다. 피를 흘리면 피부가 노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오두리는 손자 지하(진영 분)가 교통사고를 당해 수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꺼이 헌혈을 자처했다. 오두리의 정체를 아는 박씨(박인환 분)는 이를 끝까지 만류했지만 오두리는 자신의 젊음과 손자의 목숨을 두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캐릭터가 노래 부르는 장면이 등장할 때는 배우가 직접 부를지 전문가수에게 맡기고 립싱크를 할지 잘 결정해야 한다. 사실 심은경은 OST 참여경험만 있을 뿐 가수로 활동했거나 <써니>에 함께 출연한 박진주처럼 '가수급 노래실력'을 가졌다고 평가 받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에서 <하얀 나비>와 <나성에 가면>,<한번 더>,<빗물>까지 영화 속에서 오두리가 부르는 네 곡을 직접 소화하는 열정을 보였다.

'개딸 아빠' 성동일의 반전 눈물연기
 
 성동일은 <수상한 그녀>에서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다.
ⓒ CJ ENM
 
'응답하라 시리즈'로 명성을 높인 성동일은 <수상한 그녀>에서 오말순 여사의 아들 반현철을 연기했다. 그의 극중 직업은 노인학 전문박사였다. <응답하라> 속 성동일의 코믹연기에 익숙한 관객들은 <수상한 그녀>에서 보여준 성동일의 진중한 연기에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동일은 영화 후반부 젊은 오두리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반전의 눈물연기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가수 데뷔 전부터 연기활동을 했던 B1A4의 리더 진영에게 <수상한 그녀>는 영화 데뷔작이었다. 개봉 당시만 해도 배우보다는 가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엔딩크레디트에도 '진영'이나 그의 본명 '정진영'이 아닌 '진영(B1A4)'으로 올라갔다. 지하는 자신의 이름을 딴 반지하밴드의 리더이자 할머니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로 첫 생방송 공연을 하러 이동하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오두리의 희생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로맨스가 필요해2>,<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보이스>,<스위트홈> 등에 출연하며 많은 고정팬을 거느리고 있는 이진욱은 <수상한 그녀>에서 오두리의 노래를 듣고 반하는 방송국 PD 한승우를 연기했다. 한승우는 오두리의 뛰어난 노래실력과 순수한 매력에 이성적인 호감을 갖기도 하지만 반지하밴드의 부족한 실력에는 냉정하게 일침을 놓았다. 그래도 반지하가 사고를 당했을 때는 바로 병원으로 찾아가는 인간적인 면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오말순 여사의 집에서 몸종으로 일하던 박씨는 70대 노인이 된 후에도 오말순 여사를 "아가씨"라고 부르며 짝사랑의 감정을 드러낸다. 박씨는 오말순 여사가 오두리가 된 이후에도 유일하게 오두리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인물로 오두리가 젊어진 것을 보고 자신도 '회춘'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그리고 박씨는 <수상한 그녀>의 엔딩 장면에서 모든 관객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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