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완벽한 자율주행, 신기루와 혁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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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를 모는 이들이 진국으로 여긴 건 전기로 간다는 점보다는 자율주행이다.
테슬라에서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는 지난해 새로운 버전의 FSD를 시연하면서 비가 내릴 경우 서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테슬라는 물론 전 세계 대부분 자동차 회사가 수익을 잘 내던 2, 3년 전까지만 해도 자율주행을 좇는 건 당연한 행보로 보였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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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AI 등 폐업·구조조정
대기업도 생존 문턱서 갈림길
테슬라를 모는 이들이 진국으로 여긴 건 전기로 간다는 점보다는 자율주행이다. 탄소배출이 없고 환경에 덜 해로운 차를 탄다는 건 하이브리드가 처음 나온 21세기 초반 미국 할리우드 명사 주변을 스쳐 갔던 철 지난 유행으로 여겼다. 그보다는 과거 영화에서나 접했던 무인 주행이 곧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더 컸다. 기후위기라는 거창한 담론보다는 첨단 기술을 향유하는 얼리어답터로 비치고 싶었을 테다.
‘완전히 스스로 주행한다(FSD, Full Self Driving)’고 자체적으로 이름 붙인 첨단 주행보조 기능은 미국에서 허위광고 송사에 휘말렸고 크고 작은 사고도 냈다. 과도하게 정보를 긁어모으는 일이나 소비자를 베타 테스터로 삼는 게 적절한지 지적받은 적도 있다. 그래도 머지않은 미래에 운전자 개입 없이 차 혼자 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구현할 거라 믿었다. 많이 내려갔다고는 해도 여전히 전 세계 자동차 회사 가운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믿음이 깔려있다.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눈 내리는 길을 갈 때다. 사람은 눈이라는 걸 인지하고 서행하거나 앞 차와의 간격을 벌린다. 비교적 간단한 대처다.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 원리라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수한 물체를 개별적으로 살펴 눈이라고 판단, 그에 맞춰 속도나 조향을 조절해야 한다. 야트막이 쌓인 눈을 연석으로 인식하고 멈추거나 돌아갈 수도 있다. 아무리 연산이 빠른 컴퓨터라고 해도 인간처럼 수월히 대응할 수 있을까.
테슬라에서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는 지난해 새로운 버전의 FSD를 시연하면서 비가 내릴 경우 서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눈·비가 오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테슬라의 FSD를 시연하는 영상은 지금도 종종 유튜브에 올라온다. 놀랍다는 반응도 있지만 걱정어린 시선도 있다. 사고우려 때문이다. 2t에 달하는 물체가 시속 30㎞로만 달려도 사람이 부딪히면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떨어진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는다.
테슬라는 물론 전 세계 대부분 자동차 회사가 수익을 잘 내던 2, 3년 전까지만 해도 자율주행을 좇는 건 당연한 행보로 보였다. 경기침체로 당장 신차 소비둔화 조짐이 확연해지면서 기류는 완전히 달라졌다. 폭스바겐과 포드가 5조원 가까이 투자했던 자율주행 기술개발 합작사 아르고AI는 문을 닫았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자율주행 업체 크루즈는 지난해 말 직원 4분의 1을 잘랐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합작법인을 만들어 로보택시 사업을 하던 미국 기술기업 앱티브는 더 이상 돈을 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합작사 모셔널은 해마다 수천억 원씩 손실을 내고 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대기업도 생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지금 시장에선 언제 구현할지 모르는 신기루 같은 기술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고집하긴 적어도 겉으로는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자율주행을 기술적으로 완벽히 구현했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법·제도, 인식이 같이 바뀌지 않으면 쓸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운전자의 책임이라면 그걸 자율주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100년 넘게 갈고 닦아온 자동차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인류는 번영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공학 기술의 실패를 밑바탕 삼았다. 먼 훗날 자율주행도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을까. 비관적인 예상이 틀렸으면 한다.
산업IT부 차장 최대열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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