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의대 증원 저지" vs 정부 "단호히 대처"

김인희 2024. 2.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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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7일 임시대의원총회 열고 비대위 설치 의결
"가장 강력한 형태의 증원 저지 위한 비대위 구성해 투쟁"
전공의단체, 12일 온라인 총회 열고 집단행동 참여 논의
정부 "불법 진료거부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
의대정원 증원 규탄하는 대한의사협회ⓒ연합뉴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에 들어가기 위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애초 임시대의원총회는 설 연휴 이후가 유력했으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지난 6일 전격 발표됨에 따라 신속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앞당겨졌다. 전날 이필수 의협 회장이 사퇴하면서 집행부 공백으로 인한 내부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의협 "가장 강력한 형태의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구성할 것"

의협 대의원회는 결의문에서 "정부는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를 애완견에 채운 목줄처럼 이리저리 흔들며 시간을 보내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목적 달성읖 앞두고 싫증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이며 실효적인 투쟁을 위해 가장 강력한 형태의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당장 집단행동 계획이 구체화되진 않았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원장 선출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며 "(집단행동 계획은) 비대위가 구성된 후에야 가능하므로 다음 주는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오만에 경종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구성 일정을 감안하면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설 연휴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전공의단체, 집단행동 참여 가능성 높아…오는 12일 총회에서 결정

의협이 '총파업', 즉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면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참여 여부가 파급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대거 동참하면서 의료현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전체 전공의의 80% 이상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 공백이 발생했고, 실제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가 급감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기도 했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별도의 집단행동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참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 5일 대전협은 수련병원 140여곳,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를 설문한 결과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대전협에 따르면 흔히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참여율은 86.5%다. 그러나 구체적인 집단행동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개별 병원 전공의협의회가 대전협 설문에 응답한 내용이 새로운 것처럼 알려지면서 현장에서도 당장 파업을 하는 것이냐며 혼란을 빚고 있다"며 "아직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라며 "통상 대전협에서 집단행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면 개별 병원에서 액션플랜을 정하는 방식이므로, 대전협의 임시대의원회가 지나야 향후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등 의료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 복지부 "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

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기조를 세우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협은 '총파업'이라고 표현하지만, 엄밀히는 집단 휴진으로 의료법에 저촉되는 '진료 거부'다.

의협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원의는 노동자가 아닌 데다, 주요 병원에 속해있는 전공의들도 노동조합에 속해 있지 않아 단체 행동을 하는데 정해진 법적 요건이나 절차가 있지는 않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전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하면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의료법에서 의료인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시 최대 10년까지 면허취소가 가능하다. 의료인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회장이 의료기관에 휴진을 강요한 데 따른 업무개시명령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의사 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복지부는 이날 수련병원과 간담회를 열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응했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 복무·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필수진료가 유지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함에 따라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은 8일 오전 서울에서 의사 집단행동 사고수습본부에서 대응책을 논의한 뒤 오후 브리핑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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