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소년시대’ 이선빈과 천안 사투리

조한필 2024. 2. 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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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천안서 처음 근무할 때, 이곳은 말끝마다 '겨'를 붙이는 게 신기했다.

천안의 읍면지역이 아니라 도심에서 핵교를 다녔는데 어찌 저렇게 사투리를 잘 쓸까 신통하다.

경상도·전라도 출신들은 고향을 떠나도 사투리를 잊지 않고 억척스럽게 쓰기 때문일까.

그래서 홍보대사 이선빈이 부여가 아니라 천안사투리를 쓰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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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천안서 처음 근무할 때, 이곳은 말끝마다 ‘겨’를 붙이는 게 신기했다. 밥 먹은 겨? 언제 볼 겨? 좋아하는 겨? 등이다. ‘거여’를 줄인 ‘세련된’ 축약 표현이었다. 20여 년 살다보니 그 활용성이 높아, 자연스럽게 따라 쓰고 있다.

대전이 충남인 시절, 대전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왔다. 부모가 연기(세종), 공주 분들이니 충청도 사투리 속에서 자라났다. 그런데 전형적 사투리는 배우지 못했다. 고교시절 사투리를 구성지게 쓰는 시골출신 동급생들을 보며 흉내 내곤 했다. 그 후 서울서 경상도·전라도 사투리를 접하면서 제대로 쓰기 힘든 게 충청도 사투리구나 생각했다.

드라마 ‘소년시대’의 배경은 1989년 충남 부여다. 남녀 고교생 주인공이 쓰는 충청도 사투리가 화제다. 여자 주연배우 이선빈은 천안 출신(신안초, 동여중, 쌍용고)으로 천안시 홍보대사까지 맡고 있어 애착이 간다.

천안의 읍면지역이 아니라 도심에서 핵교를 다녔는데 어찌 저렇게 사투리를 잘 쓸까 신통하다. 부모와 가족이 사투리를 많이 쓰는 환경에서 자라 그 덕을 보는 걸까.

드라마 ‘소녀시대’ 주인공 이선빈은 천안출신이다. 그는 쓰는 찰진 충청도 사투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주 쓰던 말들이 가끔 생각난다. 활동성이 강한 어린 여동생을 보며 “고망쥐처럼 쏘다닌다”고 하셨다. 고망쥐가 생쥐를 말하는 충청도 사투리란 걸 최근 알았다. 경기도 출신 아내에게 말했다가 “처음 들어본다”고 해 인터넷사전을 찾아 확인했다.

천안 사투리는 20여 년전의 노인들 채록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논문들이 있다. 천안은 움라우트와 모음상승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움라우트(역행동화)는 ‘이’ 모음이 앞으로 당겨지는 현상이다. 담배→댐배, 소주→쐬주, 학교→핵교, 토끼→퇴끼, 석유→세규, 구덩이→구뗑이→ 구딩이 등이다.

모음상승 중에도 ‘어→으’ 변화가 많다. 아버지→아브지, 어른→으른, 처녀→츠녀, 거짓말→그짐말, 정말→증말, 성질→승질, 더럽게→드럽게, 점심 먹고→즘심 먹구. 처음에→츠미 등이다. “증말 승질 드럽네!”처럼 단어 앞 글자가 쎄게 발음돼 강한 억양으로 변한다.

이는 천안만이 아니라 충청도에서 전반적으로 보이는 사투리 특징인 것 같다. 94년생 천안 출신 이선빈이 여고생 왈패 ‘흑거미’로 부여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써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디지털천안문화대전에 따르면 천안 사투리는 충남 내포지역 및 남부지역과는 조금 다르다. 똘캉(도랑), 쬐끼(조끼), 깨구락지(개구리), 꼬치장(고추장) 등 된소리가 다양하다고 한다.

충청도 사람이지만 사투리를 잘 쓸 줄 모른다. 어릴 때도 사투리를 쓰지 않았지만 서울, 경기도 등을 돌아다니며 살아 말투가 정체성을 잃었다. 그래도 평생 쓰는 사투리로 “기여? 안기여?”가 있다. “그런 것이여? 안 그런 것이여?”를 뜻하는데 서울에선 전혀 알아 듣지 못한다.

충청도 사투리는 경상도·전라도에 비해 방송에서 주목을 덜 받는다. 경상도·전라도 출신들은 고향을 떠나도 사투리를 잊지 않고 억척스럽게 쓰기 때문일까.

지금은 뚜렷한 지역 개성이 상품인 시대다. 우리도 천안 특유의 사투리를 찾아 자주 사용해 천안 사투리 전성시대를 열자. 이제부터 충청도 사투리를 자랑스럽게 쓰자는 얘기다. 전국 시·군에 그 많은 사투리 대회가 있는데 충남은 드물다. 천안부터 사투리대회를 열자. 그래서 홍보대사 이선빈이 부여가 아니라 천안사투리를 쓰게 하자. “기여? 안기여?”

배우 이선빈은 2022년 9월 유명 연예인이 적은 천안시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천안시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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