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잘나가도, 부품업체 이윤 창출 어렵다?

김웅헌 2024. 2. 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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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공급망 토론회, 협력업체 노동자들 "저임금, 장시간노동, 고용불안 여전"

[김웅헌 기자]

"한국지엠과 부품 납품업체의 불공정한 단가 책정에 문제가 많아요. 저희가 운전석에 들어가는 부품인 콕핏모듈을 조립해서 한국지엠에 납품합니다. 부품의 개당 단가가 1만 원을 겨우 넘깁니다. 저희가 납품 대수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 최대 생산을 해도 인건비에 미치지 못하는 단가를 10년 넘게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받는 시급에는 오로지 기본급만 들어가 있는 거죠. 잔업 특근 이런 거 하지 않으면, 한국GM이 아무리 최대 생산을 해서 이윤을 낸다고 해도, 저희 같은 도급업체들은 이윤이 절대 나지 않는 구조가 바뀌고 있지 않아요."

한국지엠에 납품하는 도급업체 사장의 말이 아니다. 7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와 인천지부가 공동주최한 진보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부평공단지회 이재영 지회장이 작심하고 발언한 내용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지엠과 관련된 공급망 노동자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녹색정의당 배진교, 양경규 국회의원과 진보당 신창현 인천시당위원장을 비롯한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한국지엠 공급망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에 시트를 전량 납품하고 있는 KM&I지회 김상겸 지회장은 "KM&I 군산공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될 때 KM&I 군산공장도 같이 폐쇄되었다. 그 당시 회사는 450억 원을 들여 생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군산공장 폐쇄로 어렵게 되었다"고 어려웠던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김 지회장은 이어 "제가 입사했을 때 조합원이 365명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111명이다. 3분의 1이 잘려나갔다. 지금은 인원수가 줄었어도 정신없이 공장이 돌아간다. 작년에 KM&I도 생산을 많이 해서 이득이 많이 났다는 것을 GM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GM이 올해 납품단가 인하를 몇십억을 요구할 거라고 걱정을 하고 있다. 회사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KM&I지회 김상겸 지회장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부평공단지회 이재영 지회장은 "저희는 조합 설립 당시 임금체불, 불법이 만연한 사업장이었다. 직서열이라 재고를 쌓아둘 수 없다. 한국지엠과 생산계획이 동일하게 움직인다. 원청은 크레아다. 부평공단에 입주해 있는데 10년 넘게 업체들이 6번 넘게 바뀌었다. 수주 따는 것에 따라 업체가 들고 난다"라며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설명했다.

덧붙여 이 지회장은 "도급업체는 강제연차소진, 4대 보험 떼는 식으로 이윤을 남겼는데 노조가 생기니 이걸 못 떼고 폐업을 하는 식이다. 이건 오래된 문제로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단가문제로 악순환이 발생한다. 장시간 노동도 문제다. 한국지엠 노사가 탄력 근로제를 합의했지만, 우리는 합의한 바가 없기에 매번 52시간 초과한다. 우리는 직서열이라서 라인이 서면 지엠도 바로 서버리는데, 클레임 비용이 엄청나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또 "라인 유지를 위해 반대 조 지원 근무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작년 기준 조합원 평균 노동시간이 72시간을 찍었다. 라인이 이어져야 하니 연차도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 적정인원 충원 등을 할 수 없다. 지엠에서 지정하는 인원도 있고, 원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라도 하면 신규 물량을 따냐 마냐의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딜레마"라고 고민을 말했다.

끝으로 이 지회장은 "노동조합이 있는데 파업도 못 하고, 임금은 올리지도 못한다. 금속산업 최저시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수당이고 뭐고 꿈도 못 꾼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환경은 다 비슷한데 공급망 조직화, 사업장을 넘어서는 역할들을 같이 고민하고, 나아가 신규 물량 관련 대비책을 원하청이 같이 고민하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 부평공단지회 이재영 지회장 발언하는 이재영 지회장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배진교 녹색정의당 국회의원은 "2018년도 군산공장이 폐쇄된 이후에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은 고용유지를 명분으로 한국 정부를 협박해서 8100억 원을 받았지만 도리어 대량 해고를 시켰고, 법인을 분리하고, 물류센터는 폐쇄됐고, 부평 2공장은 생산 중단하고, 고용유지 창출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도 노동자들도 상당히 어려워져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진교 의원은 "한국GM은 말할 필요 없이 인천경제에서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평 2공장 전기차 생산 전환과 과도기적인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대해서 지역사회를 포함해서 모두가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 이루어지더라도 GM의 습성상 이것이 순순히 좋은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다"라며 걱정했다.
  
▲ 녹색정의당 배진교 국회의원 발언하는 녹색정의당 배진교 국회의원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SH-CP지회 오제원 지회장은 "부평공단지회와 상황 거의 비슷하다. 저희는 부평 2공장 폐쇄 후 고용 승계 안 된 사례다. 2017년 한 번 해고 되고, 동광기연에서 계열사로 복직했을 당시 합의서를 한 번 썼다. 고용불안, 폐업 시 계열사로 고용 승계하겠다고 한 바 있었으나 그 합의서를 위반하고 승계를 안 하고 있다. 우리 지회는 30년이 넘었는데 한국지엠 물량만을 생산하다 보니 한국지엠 물량에 따라 계속 축소됐다"라고 어려웠던 상황들을 설명했다.
오 지회장은 "자본가가 노조를 없애고 2세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노조 탄압이 있긴 했지만, 물량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놓인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부품사뿐만 아니라 인천 노동자들이 살려면 한국지엠에서 신규차종이 개발, 생산되는 것밖에 없다. 위탁 불공정 거래로 비정규직, 최저임금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템을 획득해도 하청에 하청에 일감을 주는 방식 등을 정책적으로 잡아주시길 바란다"라며 진보정당의 노력을 요구했다.
 
▲ SH-CP지회 오제원 지회장 발언하는 오제원 지회장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황호인 비대위원은 "구조조정 시기가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차적으로 해고되는데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그에 동조 또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다. 이런 게 복합적으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한국지엠은 발탁채용을 하고 있는데 탈법적이고 편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황 비대위원은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포기해야만 정규직 전환을 시킨다는 의미다. 소송 포기 취하서를 써야 하는 건데, 가진 자들의 폭력에 불과하다. 합당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발탁채용 안 받으면 해고고, 이건 수년간 재판을 통해 해결하라는 식"이라고 한국지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황호인 비대위원 발언하는 황호인 비대위원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에서 법인 분리된 GMTCK지회 강창묵 지회장은 "현재 부평연구소의 조합원 70명 정도가 급여의 70%를 받는 생산 휴무에 들어가고 있다. 또 회사가 창원연구소에 남아 있는 80여 명의 조합원들을 부평으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현재 노사 간 고용안정특별위원회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 GMTCK지회 강창묵 지회장 발언하는 강창묵 지회장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진보당 신창현 인천시당위원장은 "이런 자리를 통해서 지역에서 사회연대를 활성화하고 일상화하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다. 사실 여기에서 모든 대안을 다 마련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길게 보고 함께 힘을 모아갈 수 있는 첫 계획이고 단추라고 생각한다. 좀 더 진보 정치가 단결하고 힘을 키워서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진보당이 열심히 함께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녹색정의당 양경규 국회의원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먹튀 자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외국인투자기업 규제 패키지 법안을 다시 살리려고 한다. 한국옵티컬, 한국GM 다 외투 자본이 공장을 일정 정도 폐쇄하면서 그런 양상으로 수익을 남겨왔다. 이와 관련한 것을 묶어서 법을 살리고 투쟁을 벌이려고 한다.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진보정당의 한계가 있지만 노력할 것이고, 노동조합 차원에서 투쟁하실 때 이런 부분도 참고 바란다"라고 말했다.
  
▲ 녹색정의당 양경규 국회의원 발언하는 양경규 국회의원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간담회를 공동 주관한 금속노조 인천지부 안대원 지부장은 "지부장으로 당선되고 현대제철 출신이라 자동차 공급망에 대해 잘 몰랐으나 알아가고 있다. 인천지부에 부품사 지회가 5개 있다. 지엠이 어려움에 빠지면 지회들은 두 세배로 더 어렵다. 진보정당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는 노력 들을 보여주길 바란다. 인천지부 역시 이런 자리를 환영하며, 앞으로도 이어나가자"라고 소감을 밝혔다.
 
▲ 금속노조 인천지부 안대원 지부장, 한국지엠지부 안규백 지부장 경청하는 인천지부 지부장, 한국지엠지부 지부장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마지막 발언으로 한국지엠지부 안규백 지부장은 "저는 오늘 이 자리를 거창하게 생각했거나 아니면 한번 반짝하고 사그라드는 일회성 이벤트성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부족하지만, 올해 단체협약과 임금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러한 싸움들이 그동안의 과정들을 복기해보면, 단일 사업장 노조의 힘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런 자리들이 쌓이고 쌓이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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