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리며 사랑으로 만든 정원, 전남에 이런 곳이

이돈삼 2024. 2. 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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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민간정원 있어... 보성 초암정원, 구례 쌍산재, 나주 39-17마중 이야기

[이돈삼 기자]

 전라남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나주 39-17마중'의 설경. 옛집을 그대로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 이돈삼
 
전라남도가 설날 연휴 여행지로 민간정원을 추천했다. 문미란 전남도 산림휴양과장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정원이 문화로 자리잡은 나라에선 민간정원 중심의 정원관광이 활성화돼 있다"면서 "풍경이 아름답고 간직한 이야기도 애틋한 전남의 민간정원에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정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시작됐다. 정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며 '정원의 등록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순천만정원은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이 법률에 의거, 단체나 개인이 조성한 정원 가운데 특별히 아름답거나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을 도지사가 민간정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남의 민간정원 지정은 2017년에 시작됐다. 고흥 외나로도에 속한 쑥섬의 별정원을 시작으로 담양 죽화경, 보성 초암정원, 고흥 금세기정원을 첫해에 지정했다. 이후 몇 군데씩 추가 지정해 현재 26개 민간정원이 등록돼 있다.

전남에서 민간정원이 가장 많은 곳은 보성이다. 초암정원, 갈멜정원, 성림정원, 꿈꾸는 숲 선유원, 골망태 요리사의 정원 등 5곳이 있다. 나주 39-17마중, 화순 무등산 바우정원, 고흥 힐링파크 쑥섬쑥섬, 구례 쌍산재 등은 입소문을 타면서 핫 플레이스가 됐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순천 화가의 정원산책, 바다와 함께하는 여수 꿈꾸는 정원, 자연 속에서 사는 부부의 마음을 담았다는 구례 천개의 향나무 숲 정원도 멋스럽다.
  
 보성 초암정원 풍경. 정원주 김재기 어르신의 애틋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전라남도 민간정원이다.
ⓒ 이돈삼
  
 초암정원의 대숲 길. 초암정원은 대숲과 편백숲까지 보유하고 있다.
ⓒ 이돈삼
 
전남의 민간정원 몇 군데를 찾아간다. 먼저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에 있는 초암정원이다. 초암정원은 드넓은 득량만과 예당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종갓집을 중심으로 난대수가 많이 심어진 난대정원이고,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상록정원이다.

정원의 면적은 1만3000평이다. 여기에 200여 종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파리가 붉은 홍가시나무, 이파리가 동백과 차나무를 닮은 산다화 '애기동백'이 많다. 호랑가시나무, 감탕나무, 종려나무, 치자나무, 돈나무도 있다. 감나무, 소나무도 있고 대밭과 편백 숲도 넓다. 대밭과 편백숲이 빽빽해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다.

나무와 정원에 담긴 사연도 애틋하다. 정원주인 김재기 어르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무를 심었고, 자신을 키워준 새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찍 죽은 누님에 대한 사랑으로 정성껏 정원을 가꿨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멋스러운 공간
  
 구례 쌍산재 풍경. 고즈넉한 옛집을 둘러싼 넓은 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 이돈삼
 
구례 쌍산재도 멋스럽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가 여기서 촬영된 적 있었단다. 외국인이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며 우리 전통의 멋과 맛을 체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이서진·박서준이 출연하고, 나영석 PD가 연출했다. 그 프로그램의 촬영 무대로 쓰이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에 자리한 쌍산재는 지리산 자락의 오래된 집이다. 200년 넘은 종갓집이 다양한 나무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옛집이 정원에 감춰져 있어 '비밀의 정원'으로 불린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아담한 마당이 있다. 마당을 둘러싸고 사랑채와 안채, 바깥채, 사당 그리고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다. 왼편으로는 관리동과 별채, 호서정이 배치돼 있다. 마당에서 본 쌍산재는 그다지 크지 않고, 아담한 느낌을 준다.
  
 '비밀의 정원'으로 안내하는 쌍산재의 대숲 사잇길. 돌계단을 따라 올라서 비밀의 정원을 만난다.
ⓒ 이돈삼
 
쌍산재가 자랑하는 비밀의 정원은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다. 안채와 별채 사이에 있는 장독대 옆, 대숲 사이로 난 돌계단을 따라가서 만난다. 대숲과 동백숲 사이 좁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고, 잔디밭을 앞에 두고 서당채와 경암당,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쌍산재의 비밀의 정원이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고, 대문 안에서도 짐작할 수 없는 공간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당채와 경암당 옆으로 난 영벽문을 열면,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가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다. 저수지까지도 내것처럼 쓰고 있는 쌍산재다. 앞뒤 정원이 전히 다른 풍광으로 펼쳐지는 것도 쌍산재의 매력이다.
  
 나주 39-17마중의 겨울 풍경. 근대한옥과 목서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 이돈삼
 
나주 39-17마중은 고택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옛집이 지어진 때가 1939년이고, 방치된 이곳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 2017년이다. 일제강점기의 정서와 문화를, 현대가 마중해 되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옛집의 정취를 고스란히 살린 현대식 문화공간이다.
오랫동안 도시재생 분야에서 일한 남우진 씨가 방치된 땅 4000여 평을 사들여서 단장했다고 한다. 건물을 새로 짓거나 시설을 따로 하지 않고, 기존 건물을 보수하고 고쳤다. 정원 가운데에 고택과 근대가옥이 있고, 거목의 금목서와 은목서가 서 있다. 옆에는 또, 흙돌담을 사이에 두고 나주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나주향교까지도 고스란히 배경으로 활용한 집이 39-17마중이다.
 
 산다화 활짝 핀 초암정원 풍경. 지난 12월 하순에 촬영한 사진.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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