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근무' 이마트 직원들, 휴일수당 못 받는다[Why & Next]

조성필 2024. 2. 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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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직원 임금소송 2심 패소
2심 판결문 분석…"의무휴업은 법정휴일 아냐"
'평일 전환 반대' 노조 주장 논리와 배치

이마트 전·현직 직원들이 휴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졌다. 2심 재판부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중 하나인 의무휴업일이 소속 근로자의 법정휴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청구를 기각했다. 대형마트 직원들은 의무휴업하는 일요일이 근로일에 해당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받아야 휴일근무수당도 없다는 취지다.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마트 직원들이 별도 수당이 없이 매주 일요일에 근무할 수 있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8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윤강열 정현경 송영복)는 지난 2일 이마트 전·현직 직원 1117명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마트 전현직 직원 1000여명 "휴일근무수당 600억원 달라" 소송

앞서 이마트 직원들은 2017년 8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회사로부터 휴일근무수당 600억원가량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대형마트가 문을 여는 매월 첫째·셋째 일요일에 근무했지만, 회사가 휴일근무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마트는 '전사 근로자대표'와 합의에 따라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에 해당하는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 대체휴무를 준만큼 휴일근무수당을 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애초 휴일인 의무휴업일을 대체휴일로 정한 것 자체가 위법해 무효라고 맞섰다.

1심 법원은 "휴일대체 부적법 사유를 찾기 어렵다"며 직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마트가 휴일근무수당 대신 의무휴업일을 대체휴일로 정해 쉬도록 한 것에 대해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직원들 주장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짚었다.

이마트 직원들은 회사가 의무휴업하는 일요일을 근로일로 가정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의무휴업일은 근로자의 근로 의무를 해제하는 휴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무휴업일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휴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요일은 법정휴일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법정휴일은 '근로자의 날(5월1일)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는 '주휴일'이다. 주휴일은 반드시 일요일에 줄 필요는 없으며 매주 일정한 요일에 쉬도록 하고있다. 또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특정한 근로일로 대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하는 사업장에서는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이 반드시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대형마트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한 셈이다.

해당 판단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이 법정휴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법원이 처음으로 정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발전법 12조2항은 특별자치시장과 시장·군수·구청장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형마트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명령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3년 1월 개정된 이 법은 지자체장이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매월 공휴일 2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공휴일은 공적인 휴무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정된 일요일과 1월1일, 설연휴 등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정된 법정휴일과 개념이 다르다.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법문과 개정 이유에 근로자의 건강권이 포함되어 있으나, 위 문구로 바로 의무휴업일이 대형마트 근로자들의 법정휴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근로자의 건강권은 반드시 의무휴업일을 종래 보장받던 휴일 외에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법정휴일로 해석해야만 도모되거나 증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처럼 의무휴업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하거나 해당 점포의 노사가 합의해 의무휴업일을 약정휴일로 정하는 방법으로 의무휴업일에 쉴 수 있는 데다 직원들이 의무휴업일에 일을 해도 고객에 대한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의양과 질이 정상 운영하는 날보다 적거다 가볍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정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근로자의 법정휴일인지 여부를 판단한 선례가 없었으나, 이 사건에서 '근로자의 법정휴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최초로 정면으로 판시했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의무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전환 험로 예상

다만, 이번 법원의 판단은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대한 근로자들의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가 매주 일요일 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강력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최근 대전에서 열린 소비자 간담회에서 "대형마트 주말휴무에 따른 국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히 의무휴업이 평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1인가구의 증가, 온라인 쇼핑확대 등 소비트랜드를 반영해 새벽배송 전국 확대 등을 위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바 있다.

하지만 이마트를 포함한 여러 대형마트 매장에선 직원들이 공휴일 근무에 대한 휴일근무수당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공휴일 근무로 정상적인 여가나 가정생활, 사회생활 참여가 힘든데 수당까지 받지 못하면서 삶의 질이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정부 방침대로 대형마트가 매주 일요일 영업하면 직원들의 불만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판결로 인해 대형마트 직원들이 일요일 근무에 따른 휴일수당을 청구할 명분이 사라진 만큼 의무휴업 평일 전환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가 예상된다. 현재 민주노총 마트산업 노조는 이 같은 이유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지난달 국무조정실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방침이 발표된 직후 성명서를 내고 "근로자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한 바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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