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을 통해 확인하는 아랍축구의 성장… 한국, 손놓고 있으면 아시안컵 우승 영영 못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동축구는 한동안 그들만의 좁은 문화에 갇혀 세계경쟁력을 잃은 듯 보였다.
그러나 중동을 넘어 아랍축구의 저력이 서로 교류하는 중이고, 요르단에서는 유럽 진출 의욕을 가진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별개로 인식하지만, 이들은 같은 아랍권이다.
이번 요르단 대표팀은 중동을 넘어 아랍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중동축구는 한동안 그들만의 좁은 문화에 갇혀 세계경쟁력을 잃은 듯 보였다. 그러나 중동을 넘어 아랍축구의 저력이 서로 교류하는 중이고, 요르단에서는 유럽 진출 의욕을 가진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이 요르단에 패배한 건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장차 이 대회에서 더 고전할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 한국, 2회 연속 중동팀에 탈락… 카타르에서 열려도 요르단, 사우디까지 홈 어드밴티지
역대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주로 아시아의 맞수를 만났을 때 탈락하곤 했다. 한국이 토너먼트에서 떨어진 적은 이번 포함 10회인데, 그 중 이란을 만나 탈락한 경우만 3번이었다. 일본 1회, 호주 1회 등이 있었다. 이들 모두 중동팀이 아니다. 특히 2011년 일본, 2015년 호주에 패배하며 이들만 넘으면 우승할 수 있을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데 최근 중동팀을 넘지 못하는 양상이 강해졌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 카타르와 가진 8강에서 패배했다.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는 요르단에 져서 4강에 그쳤다. 이렇게 2회가 추가되면서 중동 팀에 당한 경우가 5회로 늘어났고 그 중 4회가 중동 개최 대회였다.
중동의 맹주로 일컬어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여러 번 당한 것도 아니었다. 사우디에 당한 건 1988년 한 번이고 쿠웨이트, 이라크, 카타르, 요르단 등 팀도 다양했다. 중동은 한 팀만 강한 게 아니라 다 껄끄러웠다. 중동은 종교적, 언어적으로 동질감이 강하다. 그 중 어느 나라에서 열리더라도 다 같이 홈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다. 이번 대회 한국도 개최지는 카타르 도하지만 요르단, 사우디의 일방적인 응원전에 고전했다.
앞으로도 아시안컵은 중동에서 자주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다음 대회를 사우디가 유치했다. 한국이 경계해야 하는 건 일본, 이란 등 한두 팀이 아니라 '중동 전체'다. 이번 대회처럼 안이한 준비로 대회에 임했다가는 10개 가까운 사실상의 홈팀이 덤벼들 때 그 중 하나에 발목 잡혀 탈락하는 일을 반복할 수 있다.
▲ 북아프리카의 축구 저력, 요르단에 이식됐다
카타르, 사우디가 축구발전에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게 화제를 모으지만 이 두 나라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별개로 인식하지만, 이들은 같은 아랍권이다. 언어와 종교가 같고 동질감도 있다. 대륙의 경계를 넘어 아랍권이 치르는 대회 아랍컵은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로 격상됐다. 알제리(2014 월드컵 16강), 모로코(2022 월드컵 4강)가 차례로 국제경쟁력을 증명한 건 북아프리카의 성장을 넘어 아랍축구의 성장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요르단 대표팀은 중동을 넘어 아랍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최근 중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팀은 몸값 비싼 감독을 모셔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회에서 중동팀 중 자국 감독을 쓴 곳은 하나도 없었으며 유럽이나 남미 감독을 모셔온 나라가 8개로 대다수였다. 그리고 북아프리카 출신 감독이 요르단의 모로코인 후세인 아무타 감독, 팔레스타인의 튀니지인 마크람 다부브 감독 두 명이었다. 그들 중 아무타가 일을 낸 것이다.
아무타는 카타르와 모로코의 클럽팀을 주로 이끌다가 지난해 요르단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다. 감독으로서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2017)했고, 모로코 국내파로만 이뤄진 대표팀을 이끌고 아프리카 국내파간 대회인 네이션스 챔피언십 우승(2020)도 차지한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충분히 기량을 증명한 뒤 아시아 국제무대에서도 갓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선수와 감독 생활 내내 아랍권에서 지낸 아무타 감독은 요르단 선수들과 융화되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알려졌다. 한국전 승리 후 아무타 감독 본인뿐 아니라 공격수 무사 알 타마리도 "모로코 사람들이 우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며 감독의 모국에 대한 동질감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 침대축구 안 통하는 세상에 재빨리 적응, 유럽 진출 의지까지
요르단은 '침대축구'가 통하지 않는 요즘 규정에 가장 잘 적응한 아랍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월드컵부터 추가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경기 지연 행위는 나중에 응징 받을 위험이 큰 행위가 됐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예전 버릇대로 경기한 사우디는 한국에 추가시간 9분 동점골을 얻어맞으며 승부차기 끝에 1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사우디와 달리 요르단은 한국 상대로 앞서고 있을 때 일부 선수가 넘어지는 듯싶다가도 곧 벌떡 일어났다. 오히려 적극적인 압박으로 한국 미드필더들의 무뎌진 발을 공략하면서 추가골까지 따내 KO승을 거뒀다. 요르단은 사막의 유목민으로 유명한 베두인족이 토착민인 대표적인 나라다. 현재 베두인족의 비중은 40%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용감한 유목민족의 후손으로 불리는 국가 중 하나다. 다른 유목민족 베르베르족이 중심인 북아프리카 축구 강호들과 인종은 약간 달라도 강인하고 용감한 축구 스타일은 비슷했다. 이번 대회 요르단은 아무타 감독의 모국인 모로코가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비슷한 경기방식을 통해 성공을 일궜다. 몸싸움은 강하게 하고, 공격은 빠르고 간결하게 하려는 전술적 경향을 보였다. 한국 입장에서 요르단 중원은 성가시고, 요르단 공격은 단호해 막기 힘들었다. 많은 이들이 요르단전의 양상을 보며 2014년 월드컵에서 알제리에 당한 경기를 연상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카타르나 사우디 선수들은 거액 연봉이 보장되는 자국리그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 후 유럽 구단을 인수해 선수들을 유학보내 봤지만 결국 대부분 자국리그로 회귀했다. 반면 요르단 에이스 알 타마리는 도전을 택한 선수다. 키프러스, 벨기에 리그를 거쳐 요르단 선수 최초로 프랑스 1부(몽펠리에)에 진출했다. 알 타마리는 "어머니도 해외진출을 반대하셨지만, 내가 수준 높은 리그에서 경쟁력을 증명한다면 더 많은 요르단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유럽파 탄생을 이끌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 큰 세상에 도전하는 중동 선수의 등장이다.
한때 아시아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췄던 중동축구는 월드컵 16강 진출팀을 배출한지 너무 오래 되면서 갈라파고스화됐다는 평가절하를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월드컵은 몰라도 아시안컵에서는 여전히 무섭다. 또한 그들만의 느슨한 문화가 발전의 족쇄처럼 보이던 시절을 지나, 유럽과 북아프리카라는 두 가지 새 바람이 불면서 더 투쟁심 넘치는 경기가 가능해졌다. 요르단이 결과뿐 아니라 경기력 면에서도 한국을 꺾은 건 그 결과였다.
사진=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병역 논란은 없다' 이준석, 전격 수원행...'어리지만 강렬한 경험' 평가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이강인 10년 절친 '3살 연상녀 불꽃 로맨스'...온 세상에 공개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광주의 아들' 이강현, 英 명문 아스널 입성...유니폼 입고 '행복한 웃음'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손흥민은 환상적인 주장, 10번 중 9번은 득점해”…또다시 ‘SON 숭배’한 존슨 - 풋볼리스트(FOO
- FC서울에 EPL 출신 '기-린 듀오' 뜰까? 英 언론 "前맨유 린가드, K리그행 구두합의" - 풋볼리스트(FOOT
- 투헬은 이번에도 웃고 있다… 김민재는 돌아왔는데, 라이벌 레버쿠젠 수비수는 네이션스컵 중 -
- 네이션스컵 결승은 ‘스타군단’ 맞대결… 나이지리아 대 코트디부아르 대진 성사 - 풋볼리스트
- [도하 Live] 한국 꺾은 요르단 결승 상대는 '개최국' 카타르... 이란 3-2 제압하고 대회 2연패 도전 -
- [도하 Live] '유효슛 0' 한국만 4강 무득점... '전반만 3골' 카타르-이란 준결승은 '원더골 향연' - 풋
- 홍윤상에게 김기동, 고영준, 그릴리시에 대해 묻다 - 풋볼리스트(FOOTBAL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