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양립,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회사·동료 눈칫밥 여전
업무대행자 고용 사업주 월 20만원 지급
근로자 “육아 휴직 자유부터 먼저”
사회학자 “노사간 타협 가능한 정책 필요 ”
일가정양립 정책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노사 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 2008년부터 일가정양립 계획을 수립했다. 사회적으로 저출산이 심화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자 아이 키우기 편안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기획재정부는 연초부터 일가정양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선 출산 후 1년 이내 영아기(만 0~1세)를 둔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지원액을 기존 3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인상했다.
출산과 양육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영아기 소득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지급하는 부모급여는 지난해 월 35∼70만원에서 올해 월 50∼100만원으로 올렸다.
맞벌이 부부 등 돌봄공백 해소를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가구 수를 8만5000가구에서 11만 가구로 확대했다. 중위소득 150% 이하 두 자녀 이상 가구는 본인부담금 10%를 추가 지원해 양육 부담을 덜어준다.
0∼2세 부모보육료와 민간·가정 어린이집 기관보육료, 장애아보육료도 각각 5%씩 인상했다.
중소기업, 고용주 눈치보기 급급…제도 안착 쉽지 않아
문제는 중소기업에선 일자리 복지가 아직 체계적이지 않아 현장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며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최 아무개(39)씨는 “50명 정도가 근무하는 곳에서 내가 빠지면 다른 동료가 대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근무, 육아휴직은 있지만 사용하기 어렵다”며 “빠져도 인력 대체가 가능한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아니면 (중소기업에선)법으로 정해진 권리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림의 떡”이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근무자 김 아무개(33.여)씨 또한 “부모급여와 같은 (현금성)지급은 좋지만 100만원 준다고 해서 누가 아이를 더 낳겠냐”며 “회사가 육아 휴직으로 10개월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를 뽑고 그 인력을 교육하면서 업무에 차질이 생겨 출산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아 휴직 사용 시 정부가 일정 부분을 회사에 지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 내 분위기 형성이 선결돼야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공공기관 대비 중소기업 직업 단절 커
이지혜 한국보건사회 전문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일·가정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논문을 보면 첫째 자녀 임신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민간 대기업이 다른 직장 유형에 비해 가장 적었다. 이는 대기업일수록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과 공공 기관에서는 둘째 자녀 임신 후에도 계속 일하는 일한 비율이 85.8%로 가장 높았다.
반면 민간 중소기업인 경우 하던 일을 계속했다는 응답이 다른 직장에 비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양립 자체가 쉽지 않고 기회비용 또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해 업무 공백이 발생할 경우, 업무대행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월 20만원씩 업무분담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사업주들은 교육 대비 업무분담지원금 지원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광고대행사를 운영 중인 이 아무개(44)씨는 “직원 한 명 채용하면 보통 교육 기간이 평균 3개월 내지 6개월”이라며 “직원이 육아휴직 갔을 경우, 국가에서 20만원을 받아 업무대행자 구해도 또다시 교육해야 하니 회사입장에서는 손해”라고 현장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기업 의견 수렴 부족…강제 휴직 보장해야
학자들은 정부가 근로자와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수렴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노사 간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임신하거나 출산하게 되면 남자든 여자든 부부가 의무적으로 쉴 수 있는 정책에 대해 강제성을 갖고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 같은 경우 정부가 돈으로 지원해주는 정책과 관련해서 무한정 세금으로 예산을 사용할 순 없지만, 근로자에겐 동기를 부여하고 기업 입장에선 인력 빈자리를 대체해도 타협할 만한 지원 금액을 상호 협의해 정책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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