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대혼돈 시대 회귀”…상원 합의 나흘 만에 좌초
국경 통제 강화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에 대한 군사 지원을 담은 미국 ‘안보 패키지’ 예산안이 부결됐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따르면서 상원 지도부 합의가 나흘 만에 좌초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 우위로 당 장악력을 공고히 하면서 ‘트럼프 발(發) 대혼돈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상원은 7일(현지시간) 안보 패키지 예산안을 정식 표결에 부치기 위한 절차 투표를 진행했지만, 찬성 49표로 의결정족수(60표)에 미달했다. 공화당에서 4명을 제외한 전원이 반대 몰표를 던졌다. 안보지원 패키지는 우크라이나 지원 600억 달러, 이스라엘 지원 141억 달러, 국경안보 강화 202억 달러 등 1183억 달러 규모로 구성됐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표결 전 “미국 안보를 강화하는 초당적 법안에 투표할 것인지 법안을 죽이라는 트럼프 명령에 굴복할 것인지 선택에 직면했다”고 공화당을 압박했지만, 결과를 돌리지 못했다.
이번 부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합의안이 나오자 “바보나 투표할 끔찍한 법안”이라며 공화당이 반대할 것을 대놓고 지시했다. 이후 합의안을 긍정적으로 보던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압박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긴급연설을 통해 “지난 24시간 동안 트럼프가 공화당 상·하원을 접촉해 합의안에 반대하라고 협박했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의안을 주도한 공화당 측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은 이날 “유명 논객이 ‘이번 대선 기간 국경 위기를 해결하는 법안을 추진하려 한다면 나는 당신을 파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들은 대선 기간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치 않고, 그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고 폭로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마가(MAGA·트럼프 지지층) 극단주의가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상원 공화당은 하원과 마찬가지로 통제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쇠퇴하고 있다”며 “어른으로 여겨졌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지난 4개월 동안 트럼프가 주도하는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이미 친(親) 트럼프 의원들이 곳곳에 포진하면서 정치적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원 한 명이라도 하원의장 해임안을 발의하면 재신임 투표를 받아야 하는 규칙 때문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협상력은 사실상 바닥 상태다. 트럼프 측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존슨 의장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한다면 의장직에서 축출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공화당이 전날 국경통제 실패 책임을 물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을 시도하려다 실패한 것 역시 트럼프 발 혼돈의 사례다. 애초 탄핵 요건이 안 됐는데도 국경 문제를 대선 이슈로 삼으려고 공화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강행하려다 리더십 혼란만 자초했다는 평가다. 공화당은 그러나 이날 마요르카스 장관 탄핵을 재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엄격한 국경 안보 요구와 연계시켜 민주당을 압박한다는 함정을 파 놓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국경 정책에 전례 없는 상당한 양보를 제공하면서 그들을 넘어뜨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개입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마침내 (국경문제와 관련)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게 됐다”며 “공화당은 이제 그들이 원했던 타협을 포기해 의회가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주간지 더 애틀란틱은 “앞으로의 광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혼돈 시절로의 회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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