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채은 2024. 2. 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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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증원 쟁점 체크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의료대란 우려는 커졌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전국 의대 신입생 정원을 지금보다 2000명 늘려 19년째 동결된 정원 ‘3058명’의 벽을 깨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수 확대만으로 지역병원, 필수 의료 보장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의료 질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며 강경하게 반대한다.

양측이 공히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것은 지역병원 및 필수 진료과목 의사 부족이다. 매해 평균 3000명가량이 의사국가고시를 통과해 새내기 의사가 되지만 지역병원에선 의사를 구하기가 힘들다.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의사도 태부족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관련해 정부 측과 의료계측이 접근이 크게 갈린다.

정원 확충, 의료 인프라 개선 투트랙으로 VS 의료 정책 개선이 먼저

‘의사 인력난’을 해결할 대책으로 두가지가 거론돼왔다. ①물리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첫번째 대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안이다. ②지역·필수과목에서 의사가 일할 수 있도록 의료정책(인프라·보상체계)을 개선하는 것이 두번째다. 연봉 수억원을 보장해도 지역 병원에 오겠다는 의사가 없고, 진료를 중단되는 일도 빈번하다는 감안하면 두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다만 의료계는 ①보다 ②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의 질이 하락하고, 의료 상품화가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의대 증원→비인기과 의료 인력 유인’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 증원을 통해 낙수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물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했다. 방법론으로 전문의 중심 의료 체계 구축, 의대 교수 증원, 경증 환자의 상급 병원 의료 이용 제한, 전공의 수련 시간 주 40시간제 도입, 전공의 임금 인상,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및 필요 재정 마련 등을 열거했다.

반면 정부 측은 ①과 ②를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료사고 특례법과 공제보험을 도입하기로 했고 지역의료 발전 기금 등 종합적인 의료개혁을 통해서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자료 출처=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 2023’ 데이터

“의사 수 부족” VS “인력 과잉 유입”

양측이 ‘임상 의사 수’ 부족의 논거로 제시하는 데이터도 크게 차이가 난다.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추계한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복지부가 의뢰해 보사연이 진행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1만4334명, 2035년엔 2만7232명의 의사의 공급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임상 의사 수도 평균치에 크게 못미친다.

반면 외과의사협회는 지난 30여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의사 수를 늘려도 궁극적으로는 지역 및 필수의료 분야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전문가들의 입장도 분분하다. 강기범 전 대한의과대학·의전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의대정원 확대 연속 토론회’에서 “병원의 인프라는 그대로인데 대학 재단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의대 증원만을 하면 부실 의대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김철훈 연세대 의대 약리학 교수는 “의대에 학생이 많이 오면 공대 등 다른 이공계 분야의 인재풀(pool)이 영향을 받게 된다”며 “국가 차원의 인재풀 배분 전략을 신중히 짜야 한다”고 봤다.

한편 국민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우호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일보가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한국갤럽(10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검토하는 ‘1000명 이상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78%가 찬성했다. 반대는 17%에 불과했다. 연령별 찬성률을 보면 60대가 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 84%, 40대 79%, 70세 이상 78%, 30대 75%, 18∼29세 63%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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