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가 답?…'윤창호법' 이후 재범률 그대로[음주운전 예방]

이서희 2024. 2. 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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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처벌 일변도' 벗어나야
지난해 음주운전 재범률 43.4%
피해자 지원 등 대책 다각화해야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전체 음주운전 사고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음주운전 사고는 1만2452건으로 4년 전인 2019년(1만5708건)과 비교해 2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망자 수도 295명에서 126명으로 60% 가까이 줄었다.

문제는 재범률이다. 2019년 43.7%였던 음주운전 재범률은 지난해 43.4%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운전자의 절반 가까이가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된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무엇보다 중독성이 강한 범죄"라며 "한번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시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재범률을 줄일 수 있다면 전체 음주운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재범률 40%대 제자리걸음

그간 국내 음주운전 대책은 주로 '형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상태로 달리던 차량에 치여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가 숨진 이후 시행된 '윤창호법'이 대표적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처벌의 기준이 되는 혈중알코올농도 하한을 '0.05%'에서 '0.03%'로 높이고, 재범 면허취소 기준을 '3회 이상'에서 '2회 이상'으로, 재범 가중처벌을 '1~3년 징역 또는 500만~1000만원 벌금'에서 '2~5년 징역 또는 1000만~2000만원'으로 대폭 높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적발 시 일률적으로 2년 이상 징역형의 하한과 10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명시한 일부 규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내용은 다소 완화됐지만,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한 형량을 가장 획기적으로 높인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도 재범률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7%에서 2020년 45.4%, 2021년 44.5%, 2022년 42.2%, 지난해 43.4%로 줄곧 40%대를 기록했다. 재범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음에도 실제 재범 예방으로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특히 첫 재범자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최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형사정책연구'에 게재된 '판결문 데이터를 통해 본 음주운전 처벌 규정이 불러온 변화' 논문을 보면, 윤창호법이 처음 시행된 2019년 6월24일 이전과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일부 처벌 규정이 완화되기 이전까지의 기간(2019년 6월25일~2021년 11월24일)을 비교했더니 전체 음주운전 재범자 중 1회 재범자가 차지한 비율은 법 시행 이전 4.3%에서 시행 이후 44.2%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음주운전 방지에 효과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무엇보다 운전자 본인이 스스로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의 형량 강화 중심 정책은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이 같은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운전자들이 감시망을 피하는 데 골몰하거나 각종 편법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 능사 아냐…해법 다각화해야"

이에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췄던 음주운전 해법을 '예방'과 '피해자 지원' 등으로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음주운전 사고는 피해 가구에 치명적인 결과를 입히는 만큼 초기에 예방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후 지원까지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국회에는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하는 한국판 '벤틀리법' 등이 발의된 상태다. 벤틀리법은 지난해 1월 미국 테네시주에서 처음 시행된 법으로,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자녀가 미성년자라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한다.

미국의 경우 20여개 주 의회에서 해당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거나 10년 이내 두차례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되면 심의를 거쳐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이들 법안 논의를 활성화하고,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해법을 다양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관련 처벌 규정은 이미 최대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어 처벌 강화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 치료 등 의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미국처럼 함정 단속을 강화하고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식으로 해법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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