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경기 수출서 활로”…식품업계, 불황에도 역대급 실적

임유정 2024. 2. 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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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흐름과 트렌드 기민하게 대응…시장 고비 넘겨
롯데칠성·풀무원·CJ프레시웨이 ‘3조 클럽’ 합류 전망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뉴시스

고물가와 불황에도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매출 호실적을 기록했다. 연매출 3조원을 넘긴 식품기업이 2022년 7곳에서 지난해 10곳으로 늘었다. 불황 속에서도 소비 흐름과 트렌드를 잘 읽어내면서 고비를 넘겼다는 진단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연매출 3조2247억원, 영업이익 2107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가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제로’ 음료의 흥행 효과가 컸다. 롯데칠성음료가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해 이 시장을 주도했다.

여기에 올해는 풀무원과 CJ프레시웨이가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까지 연매출 3조원 이상을 올린 기업은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롯데웰푸드 ▲ 오뚜기 ▲농심 ▲SPC삼립 등 7곳에 불과했으나 올해 10곳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오리온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 2조9124억원, 영업이익 49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5.5% 증가했다. 세전이익은 6.8% 성장한 52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풀무원은 엔데믹 후 위탁급식사업 신규 수주 및 재계약 그리고 휴게소‧공항 등 컨세션(식음료 위탁운영) 사업 등이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여기에 미국 내 두부 소비량이 늘어나고 아시안누들 성장에 힘입어 미국 법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CJ프레시웨이는 외식물가 상승 등으로 구내식당 수요가 늘면서 식자재 유통과 급식 사업부의 실적이 호조를 누렸다. 식자재 상품 유통 브랜드(PB) 경쟁력 강화, 푸드서비스(단체급식사업) 운영 모델 고도화, 제조 사업 경쟁력 제고 등 다방면 노력을 이어가면서 성과를 봤다.

이밖에 고물가 시대에 소비 침체까지 겪었는데도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이 좋았던 것은 최근 2년 동안 계속된 가격 인상이 점차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의 가공식품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많이 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류 모습.ⓒ뉴시스

수출 역시 한 몫 했다. 지난해 내수 환경은 어려웠지만 해외 시장의 ‘K-푸드’ 열풍 덕에 식품업계 매출은 퀀텀점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매출 3조원’은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처럼 여겨졌다. 제한적인 국내 시장 규모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매출 규모를 늘리는 일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식품 기업의 매출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식품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서 수출을 다변화한 게 매출 증대로 연결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매출이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라면업계의 경우 불황 속 소비 침체로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수출과 내수 판매가 쌍끌이로 성장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작년 합계 매출 추정치는 8조원, 영업이익 합계는 6000억원을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의 작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4173억원, 영업이익은 229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104.1% 증가했다.

삼양식품도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한 덕분에 작년 매출(잠정 실적)이 1조192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2.4% 늘어난 1468억원이다.

오뚜기 역시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 42.1% 늘어난 3조5023억원과 2638억원으로 추정된다.

시장은 올해도 식품업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고물가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 해외에서는 K푸드의 글로벌 유통채널 확대, 주요 곡물값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등으로 식품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가격 조정이 쉽지 않고 물가상승과 소비침체 등 부정적인 분위기 마저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 대부분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며 “업체마다 집중하는 시장은 다르지만, K-콘텐츠 덕에 문화적 장벽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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