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참패' 클린스만, 사임 없다면 당연히 '경질'해야 한다 [클린스만호 충격패]

김현기 기자 2024. 2. 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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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은 한국과 두 차례 싸울 때 수비형 미드필더로 홀로 선 박용우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마침 박용우의 기량과 스피드가 떨어져 볼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요르단의 이런 전략은 7일 열린 준결승에서 대박을 쳤다. 후반 8분 스트라이커 야잔 알나이마트가 터트린 한국전 첫 골은 간판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가 박용우의 백패스를 정확하게 읽고 가로챈 것에서 비롯됐다.

요르단은 앞서 조별리그 2차전 첫 대결에서도 이를 꿰뚫고 두 골을 넣은 적이 있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은 이런 요르단의 계획에 속수무책이었다. 알나이마트에 첫 골을 얻어맞고서야 박용우를 빼고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이미 늦었다. 한국의 요르단전 0-2 패배는 A매치 사상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역대급 참패'였다.

그런데 한국을 상대로 한 이런 전략을 요르단만 취한 것이 아니었다.

과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다가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긴 김판곤 감독도 비슷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 말레이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 130위 약체인 관계로 한국은 박용우 대신 공격력이 좋은 황인범 등이 해당 자리를 맡았지만 패착이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 중원을 휘저으며 3골을 뽑아내 무승부로 90분 혈투를 끝냈다. 사실상 말레이시아 승리였다.

이번 대회 클린스만이 이끄는 한국 축구는 축구팬들이 붙여준 '해줘 축구'로 요약된다.

특별한 전술이나 패러다임 없이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PSG) 등 유럽 정상급 공격수들, 그리고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김민재의 개인 기량을 충분히 발휘해서 그들이 '한 건' 해내는 축구란 뜻에서 '해줘 축구'란 별명이 붙었다.

좋게 해석하면 그런 뜻이고 클린스만의 전술적 능력이나 용병술이 없음을 조롱하는 성격의 단어이기도 하다.

실제 한국은 이강인과 손흥민이 안간힘을 쓰며 뭔가를 해내야만 승점을 따내는 팀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팀의 무게 중심이 공격에 쏠리다보니 공수 간격이 크게 벌어져 넓은 지역을 미드필더 1~2명이 막다가 실점하는 일이 잦았다. 김민재라는 특출난 수비수가 있어 8강전까지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그가 경고누적으로 빠진 요르단전에선 그야말로 아시아의 평범한 3류 팀이 돼 있었다. 결국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패를 당하고 클린스만호는 8일 밤에 돌아온다.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여러 기행을 펼쳤다. 한국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택 근무를 해나갔다. 지난해 7월엔 집에서 ESPN과의 방송 프로그램을 시작, 국내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일반 직장인이 유튜브 방송을 하나 해도 회사의 엄격한 제한을 받는데, 클린스만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서슴 없이 이런 행동을 저지르고 뻔뻔하게 뭐가 문제냐는 듯이 대응했다.

아직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첫 승을 하기 전이었음에도 리오넬 메시의 미국 마이애미 이적, 해리 케인의 독일 바이에른 뮌헨 등을 거론하고 맨유나 토트넘 경기의 승·무·패를 찍으면서 국내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9월엔 웨일스와의 원정 평가전 뒤 상대 간판 미드필더 애런 램지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얻고는 아들에게 줄 선물이라고 방송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웃었다. 한 나라 대표팀 감독이란 자리가 아들 선물 얻는데 쓰인 셈이다. 9월 영국 원정 도중 첼시 자선경기에 출전하려고 했다가 막판 포기한 일도 유명하다.

한국에서의 새 선수 발굴은 한국인 코치 등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유럽축구연맹(UEFA) 행사나 친정팀인 프랑스 AS모나코 방문 등에 힘을 썼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 우선인지, 세계적인 레전드 공격수였던 자신의 과거에 한국 대표팀 감독 명함을 더해 활용하려는 '월클 놀이'가 우선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성적을 지켜봐달라'는 식의 말 한 마디로 자신에 대한 논란과 이의 제기를 일축했다.

이에 국민들과 축구팬들은 '어디 한 번 해보겠다니 지켜보겠다'는 심정에 가까웠다. A매치 때 태극전사에겐 많은 박수가 쏟아졌지만 클린스만이 호명되면 야유가 쏟아지는, 클린스만호는 응원하지만 클린스만은 응원하지 않는 팬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도 아시안컵에서 뭔가 해보겠다니 믿는 척하는 심정으로 클린스만호의 본고사를 기다렸다.

예상대로다. 아시안컵에서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다. 독일 프로구단과 미국 대표팀에서 이미 드러난 그의 밑천은 한국 대표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비기거나 패했음에도 얼굴이 미소를 머금고 그라운드를 바라보거나 상대 감독을 축하하는 그의 모습은 잠을 포기하고 밤 12시가 넘어 태극전사들의 플레이를 시청한 국민들을 '열불나게' 했다.

요르단전 참패 직후 사임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모습에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쾌거를 일궈냈던 한국 축구가 어쩌다가 클린스만이라는 한 사람을 제어하지 못하고 휘둘리게 됐는지 한숨마저 나오게 한다.

클린스만을 기다릴 축구팬과 국민이 많지 않다. 실력, 태도, 직업윤리, 진정성 등에서 클린스만은 역대 최악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되고 있다. 축구적인 능력은 두 번째다. 클린스만은 이미 축구를 떠나 일에 대한 진정성,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대하는 자세 등에서 기본도 지키지 못했다. 한국인들의 눈 밖에 크게 난 상태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북중미 월드컵까지 2년 6개월 남은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클린스만의 유임은 지금의 재앙이 더 커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아시안컵 우승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말만 번지르르한 '양치기 소년' 같은 이를 한 번 더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능력 역시 의심해야 한다.

축구대표팀, 더 나아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에 대한 엄청난 외면이 눈 앞에 다가왔다. 이를 돌파하려고 한다면 답은 하나다.

클린스만이 사임하지 않는다면 경질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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