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AI 인형으로 노인돌봄 시장 겨냥하는 '미스터마인드'

박유진 2024. 2. 8.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마인드 김동원 대표

"너 몇 살이야?"(사람)

"어머, 비밀이에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인형)

지난 6일 찾은 인공지능(AI) 자연어처리 전문기업 '미스터마인드'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 이날 만난 김동원 대표(50)는 자체 제작한 AI 돌봄인형과 직접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인형의 왼손에 적힌 '대화' 버튼을 누르면 일상적인 대화가, 오른손에 적힌 '놀이' 버튼을 누르면 OX 퀴즈 같은 간단한 게임이 가능하다.

미스터마인드는 해당 인형을 주로 지방자치단체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 54개 지자체에 8200개 인형을 납품한 상황이며, 이 인형은 65세 이상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전달된다. 각 지자체의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어진 인형 안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장착돼있어 어르신들이 인형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김 대표는 "어르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제품을 넘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미스터마인드 김동원 대표가 전국 지자체에 납품한 인공지능 어르신 말동무 인형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미스터마인드를 소개해달라.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전문기업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캡슐)를 인형 안에 넣어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돌봄 인형을 만들었다. 어르신 돌봄에 특화돼있다.

-2017년에 창업했던데,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해서 IT(정보기술) 분야로 창업했다. 홈페이지나 쇼핑몰 등을 개발하는 웹 에이전시를 운영했다. 지방에서 에이전시를 운영하다가 성장성이 둔화한다고 생각해 회사를 매각하고 수도권으로 왔다. 자체 서비스 개발도 추진해보고, 소액으로 다른 회사에 투자도 해봤다. 그러다 어떤 리서치회사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산업 전망을 분석한 걸 보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인공지능 챗봇 회사를 만들려고 하다가, 카카오와 네이버가 챗봇을 공짜 배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벗팅(사업모델 전환)을 했다.

-노인 돌봄을 위한 AI 인형을 만든 계기는.

▲처음에는 아동용 AI 장난감을 만들었다. 그 장난감을 부모님께 보여드렸는데, 나한테는 안 하는 이야기를 인형에다 대고 하시더라. 그 부분에서 힌트를 얻고 사업성을 가늠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 않는 말을 인형에게는 하니, 녹음된 대화를 분석하면 어르신의 이상증후군 등을 발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중에 어르신 AI 말동무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미스터마인드는 어떤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능동발화'가 차별화 포인트다. 인형을 켜두기만 하면 하루 동안 계속 잔소리를 한다. 예를 들어 눈이 오면 "어르신 창밖을 보세요, 눈이 와요"라고 한다.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감성 대화'가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인형 주머니에 전용 카드를 꼽으면 이야기나 노래 등 콘텐츠를 재생해주고, 사전에 설정만 해놓으면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목소리로만 작동되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버튼이나 카드를 쓰는 이유는 뭔가.

▲어르신 인지 강화를 위해서다. 귀찮아도 계속 움직이셔야 한다. 그리고 카드는 어르신들이 즐기는 화투를 형상화해서 만들었다. 목적성에 맞춰서 기획한 거라고 보면 된다.

-지자체와 협업을 많이 하는데, 처음에는 이 사업모델을 설득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맨 처음 도입한 지자체는 마포구청이다. 노인 비율이 높지는 않은데, 담당 주무관이 복지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공무원들의 생각이 정말 많이 변했다. 5년 전에는 찾아가면 잡상인 취급을 했는데, 지금은 '일단 앉아보시라'고 한다. 이 인형을 통해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질병이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이 지자체를 설득할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다. 65세 이상이면서 혼자 사는 분들에게 인형을 나눠주는데, 어르신들이 인형에 대고 하는 말이 데이터베이스에 전달되면 지자체 복지 담당 부서와 우리가 분석해서 이상 증후군을 포착한다.

-예를 들어달라.

▲어르신이 혼자 되면 제일 먼저 생기는 게 불면증이다. 인형을 새벽에 반복적으로 이용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불면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인형에게 하는 말에 부정 표현이 상당수 있으면 대부분 우울증이라고 보면 된다. 또, 치매 증상이 있는 어르신들이 주어-동사가 바뀐 채로 횡설수설하는데, 이 또한 녹음된 내용을 통해서 찾아낼 수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자살 고위험군도 알 수 있다.

-지자체에서 그런 이상 증후군을 바로바로 확인하면 곧바로 진단으로 연결되는 편인가.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는 주로 복지팀과 계약하는데, 대응이 필요한 이상증후군이 발견되면 복지에서 보건 파트로 연계가 돼야 한다. 그럼 의료 인력이 내방을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르신이 동의를 안 하는 탓에 진단까지 못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해결되지 않는 현장의 애로사항이다. 어르신이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이건 해당 공무원의 역량과 노력에 달렸다.

-매출은 잘 나오나. 투자 현황과 유치 계획도 궁금하다.

▲작년 기준 지자체를 통해 나오는 고정 매출이 월평균 1억2000만원 정도다. 오는 3월이 되면 월 2억원 정도로 늘 것 같다. 지금까지 인포뱅크에서 시드 투자를, 하나벤처스에서 프리A 투자를 받았다. 올해 중 시리즈 A 투자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뭐가 있나.

▲궁극적으로 감성 정보와 체온, 혈압 등 바이오 정보가 결합한 융복합 어르신 병원을 짓고 싶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