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 공감, 논의는 지지부진…‘부산 제2보험자병원’ 설립될까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의료 정책 공약이기도 했던 부산시 금정구의 제2보험자병원(국민건강보험 부산병원) 설립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부산 침례병원에 보험자병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소문만 무성하다. 건보공단이 추진하는 관련 연구도 없어 부산 보험자병원 설립 문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제2보험자병원 설립은 부산시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윤 대통령의 지역의료 정책 공약이자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건보공단이 주력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당시 건보공단은 ‘보험자병원 설립 추진단’까지 꾸리고 공청회 등을 열어 보험자병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 필요성 및 방안 연구’ 용역을 맡겨 설립 모형도 도출했다.
하지만 더 뻗어가진 못했다. 추진단은 축소되고 좀처럼 공론화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재정 악화로 폐업한 부산 금정구 소재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499억원을 투입해 침례병원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절차를 거쳐 지난해 12월28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침례병원 공공화 안건을 보고했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건정심은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주요 정책을 최종 심의 의결하는 기구다.
제2보험자병원의 필요성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커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보험자병원의 역할은 크게 △모델병원 △공공병원 △일반병원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험자병원은 건강보험정책 시범적용기관으로서 의료표준을 제시하고 보건의료 정책 개발과 지원 역할을 갖는다. 또 코로나19 등 공중보건의료 위기에 대응하고 분만, 재활, 치료, 권역응급의료에 이르기까지 미충족 필수의료와 우수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맡는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제1보험자병원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코로나19 초기부터 거점전담병원, 감염병 대응 스마트병원 선도모델로서 성공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했다.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만들려는 부산시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역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동부산의료원과 서부산의료원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어려워지자 2020년부터 보험자병원 설립으로 방향을 틀어 복지부를 설득해왔다. 특히 금정구는 응급환자 발생 시 구급대가 10분 안에 이송이 가능한, 이른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에 시급한 당면 과제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등의 ‘부산시 응급의료 서비스 접근성의 지역 간 불균형 및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119구급대 출동과 이송이 균등하게 이뤄지는지를 구·군 면적에 대비해 산출한 결과 금정구는 2.4%로 나타났다. 접근성이 가장 높은 수영구(34.55%)와 비교하면 14배 넘게 차이가 난다. 출동을 빨리하더라도 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다.
운영법 결정부터 이견…“여러 측면 고려해 검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화는 다시 뜨거운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지역구에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예비후보들이 너도나도 침례병원 정상화 공약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부산 금정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침례병원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부산 보험자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어 왔다. 건보공단뿐만 아니라 복지부, 부산시와 간담회도 수차례 진행했다. 지난 1995년 민선 지방의회 출범 이래 부산시의회 최연소 의장을 지낸 박인영 전 의장도 부산 금정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서며 보험자병원 조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침례병원을 공공의료기관으로 하되 보험자병원이 아닌 응급진료가 가능한 복합의료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천 국민의힘 금정 예비후보는 지난 5일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침례병원 공공화를 지역 숙원 과제로 꼽아 3년 안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당초 보험자병원 방식으로 침례병원 공공화를 추진한 정책은 지난해 건정심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만약 통과됐더라도 6~8년이 소요돼 금정구민의 생명줄이 걸린 적기를 놓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정구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보장하는 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이 최우선이다”라고 덧붙였다.
7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해묵은 문제이자 총선 시즌과 맞물려 부산시와 예비후보들이 강하게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세제 혜택을 받던 비영리법인(침례병원)이 영업을 못해서 제3자에게 넘긴 병원을 공공 재원으로 사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매년 들어가는 운영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생기는 적자, 즉 ‘착한 적자’라면 공공 재원이 투입될 명분이 있지만, 주민이나 정치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병원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은 국민들이 납부한 보험료로 마련된 건강보험 재정이 수반되는 사업인 만큼 설립의 타당성, 지자체 재정 분담, 감염병 대응 필요성 등 여러 측면을 감안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단은 2007년 ‘보험자 직영병원 추가 건립 타당성 조사’ 등 총 4건의 연구를 진행했으며 현재 추진 예정인 연구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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