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지각 변동' 파운드리 시장... 삼성, 추월 기회 잡나

임채현 2024. 2.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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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해외 공장 착공 지연 및 실적 회복 지연
ASML의 하이NA EUV 장비 도입에도 미지근한 입장
2나노 미만에 새 장비 도입 경쟁 주력하는 삼성
이재용 사법리스크도 일단락되며 사업 탄력 기대
타이완 신주공업단지 내 위치한 TSMC 본사 전경.ⓒTSMC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건 삼성전자가 시장 1위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힐 기회를 하나 둘 잡고 있다. TSMC가 최근 해외 공장 착공 지연은 물론 실적 회복이 지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다. 2030년 글로벌 파운드리 1위를 목표로 내달리는 삼성 역시 지난해 업황 악화 영향으로 조 단위 적자를 냈지만, 최선단 2나노 공정에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입히며 추격 고삐를 죄고 있다.

또한 최선단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인 ASML의 하이NA EUV 장비 도이봐 관련해 TSMC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삼성이 신형 장비를 먼저 반도체 양산에 활용해 기술력을 추격할 수 있다. 삼성이 최근 오너 사법리스크를 벗어던지며 투자 및 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6255억 대만달러(약 26조원)로 전년도 수준을 회복했다. 영업이익률은 41.6%로 시장 컨센서스(39.4%)를 웃돌았지만 전년도보다 10% 가량 줄었다. 순이익 역시 동기간 대비 20% 가량 감소했다.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위축 탓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최근 TSMC는 해외 투자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TSMC가 건설 중인 미국 애리조나 2기 공장은 2027년 말에나 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가동한다던 1기 공장도 2025년으로 지연됐다. 인력 확보와 비용 문제에 있어 미국 정부와 합의점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TSMC는 총 40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2개 공장을 짓고 4~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칩을 2024년부터 생산하고 3㎚ 칩을 2026년부터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TSMC가 ASML의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당분간 자사의 파운드리 공정에 하이NA EUV를 적용할 계획을 세워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NA EUV는 ASML이 올해 출하를 시작한 신형 반도체장비로 2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품이다.

TSMC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파운드리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는 상태다. TSMC와 삼성전자보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은 이미 자사 미국 반도체 공장에 해당 장비 초도 물량 도입을 시작했다. 물론 TSMC와 마찬가지로 2027년부터 2나노 미만 양산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 역시 새 장비를 본격적으로 들여놓겠다는 계획이다.

이우경 ASML 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된 '세미콘코리아 2024 인더스트리 리더십 디너'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과 ASML이 합작하는 국내 연구개발 센터에 하이NA EUV 장비가 반입되는 시점을 2027년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인텔이 TSMC보다 신형 장비를 먼저 도입해 반도체 양산에 활용하게 되면, 1등 TSMC의 기술력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적어도 현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출발선을 다시 정립할 수 있는, 후발주자들에겐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TSMC의 '핀펫' 공정과는 다른 전력효율을 상당 부분 끌어올린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2나노에도 도입할 것이란 점도 TSMC와 기술력을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다. GAA는 채널의 3개 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공정과 비교해, 게이트의 면적이 4개로 넓어지며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다만 수율 확보라는 관건은 걸려 있다. 첫 GAA 공정을 도입한 3나노 역시 아직까지 수율이 60% 가량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고객사 연결과 이어지기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수율을 높이는 것이 최급선무다. 물론 2나노 미만 미세 공정부터는 앞서 언급한 하이NA EUV 장비 도입으로 반도체 생산 문제가 결정될 수 있기에, 삼성이 3나노를 건너뛰고 2나노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2나노 경쟁, 특히 새 장비 도입에 있어 선두를 치고 나간 것과 같이 삼성전자 역시 미세 공정 수율 확보 및 투자 확대, 궁극적으로 고객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사법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하게 된 점이 과감한 투자 결단 및 사업 확장에 있어 삼성에겐 아주 큰 기회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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