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적자가 9조4300억원"…美, '이자 폭탄'에 나라빚 눈덩이
GDP 대비 적자 비율 올해 5.6%→10년 내 6.1%
2034년엔 GDP 대비 부채 비율 116%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재정적자가 올해 1조6000억달러(2124조원)에서 10년 내 2조6000억달러(약 3452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처(CBO)의 전망이 나왔다. 의무지출과 국채 이자 비용 상승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나랏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년 뒤 116%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7일(현지시간) CBO에 따르면 미 정부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5.6%에서 10년 내 6.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0년간 평균인 3.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CBO는 미 재정적자가 10년 내 연간 2조6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루에 71억달러(약 9조4300억원)씩 적자가 쌓이는 꼴이다.
사회보장 지출과 국채 이자 비용 급증이 재정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CBO는 2025년 이후 의무지출이 증가하고 고령자 돌봄, 의료비가 상승하면서 정부 지출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봤다. 미국의 메디케어 지출은 2023년 GDP의 3.1%에서 2034년 4.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장지출은 같은 기간 GDP의 5%에서 5.9%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나랏빚에 대한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CBO에 따르면 내년 연방정부의 순이자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가 지속되면서 국채를 발행해 나라살림을 운영하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 또한 가중돼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년 1월 0~0.25%에서 현재 5.25~5.5%까지 급등했다. 미 정부의 GDP 대비 순이자 지출 비율은 2025년 3.2%에서 10년 내 3.9%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필립 스와겔 CBO 처장은 "미 정부의 순이자 지출 비용은 현재 국방예산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0년 내 1.5배 수준인 1조6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올해 재정적자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 정부의 연간 재정적자는 1조6000억달러로 지난해 1조7000억달러(약 2257조원) 보다는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초당적 예산 합의, 강력한 경제와 세수 증가가 적자폭 감소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예상 적자폭 역시 국가 비상 상황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급격히 확산된 2020~2021년을 제외하면 여전히 역사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재정적자가 지속되면서 미국의 나랏빚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CBO는 미 정부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23년 97.3%에서 2034년 1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인의 부채 부담 증가율이 경제 성장 속도를 크게 앞지를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와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8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정해두고 있는데 만성적인 적자로 부채가 계속 증가하자 의회는 디폴트를 막기 위해 과거 수차례 이 한도를 상향해 왔다. 지난해도 부채한도 상향이 이뤄졌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CBO는 우리 모두가 알았던 것처럼 미국 정부의 부채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한편 CBO는 올해 경제 전망을 통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후반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이 다소 상승하고, 미 경제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은 연말 2% 근처에서 안정될 것으로 봤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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