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대신 녹화 택한 尹..."편집 가능성" 묻자 참모진 대답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대신 택한 건 KBS와의 대담 사전 녹화. 4일 녹화해 7일 오후 10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던 윤 대통령은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청사까지 옮겼다. 그러나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끝으로 14개월 넘도록 기자들의 질문을 안 받고 있다. 취임 후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지난해 5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함께 했지만, 공개 질의는 안 받았다.
올해 KBS 대담 전엔 지난해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했다. 생중계되는 기자회견 대신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택한 것이다. 사전 편집이나 조율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7일 “윤 대통령은 두 번 모두 볼펜과 메모장 없이 머릿속에 있는 답변을 거침없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다수 언론사가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회견보다,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가 국정 운영 방향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같은 이슈의 본질을 설명하기가 낫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 정상도 기자회견이 아닌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언론 환경에 대한 불신도 언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11월 18일 마지막 도어스테핑 때 MBC 기자와 대통령실 참모 간의 충돌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MBC의 ‘바이든 비속어 논란 보도’를 “동맹을 이간질하는 악의적인 가짜뉴스”라 규정했다. MBC 기자는 도어스테핑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은 1심 판결에서 MBC의 보도를 허위라 판단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뉴스를 보도하고도 아무런 사과도 없다”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게 또 황당한 질문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느냐”고 말했다.
취임 후 61차례 진행한 도어스테핑이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과 언론 간의 거리를 벌렸다는 주장도 한다. 한 용산 참모는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국정 현안에 대한 수준 높은 대화를 원했다”며 “하지만 기자들은 가짜뉴스인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물어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도 윤 대통령의 이런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크다. 여당에서도 김건희 여사 이슈 등 불편한 질문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은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어한다”며 “사전 녹화 방식은 야당이 공격하기 딱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녹화 대담으로는 김 여사 의혹을 피해갈 수 없다”며 공격했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소통 부족 비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그런 문 전 대통령도 대선이 있던 2022년을 제외하곤 매년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취임 2주년 때인 2019년엔 KBS 기자와 언론 대담을 했는데, 그때는 사전 녹화가 아닌 생중계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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