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태어난 아이는 손해? 부영 출산장려금 세금혜택 논란
부영그룹이 자녀를 출산하는 직원 가족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을 주기로 결정하고 관련 면세 제도를 제안하면서, 기획재정부가 이런 식의 민간 차원 출산장려금에 세제 혜택을 줄 수 있을지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앞서 부영은 지난 5일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측에 아이 1명당 1억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출산장려금과 관련해 부영은 임직원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어난 자녀 명의 계좌에 증여하는 형태로 장려금을 전달한다. 증여로 인정되면 임직원은 10%인 1000만원만 세금으로 내게 된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볼 여지도 있다. 만일 연봉이 7000만원인 직원이 장려금 1억원을 근로소득으로 인정받으면 소득세 누진세율 구간이 변경되면서 세율이 24%에서 38%로 올라간다. 장려금에 한정해 보면 약 38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영은 ‘출산장려금 기부면세 제도’를 제안했다. ①2021년 1월 1일 이후로 주민센터에서 확인된 출생아에게 1인당 1억원 이내로 기부할 수 있게 하고 ②수령자는 출생 당사자와 부모 또는 대리인 ③수령 금액은 면세대상으로 다른 수입금액과 합산 과세하지 않고 ④기부자는 개인과 법인 ⑤개인 기부금액은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법인 기부금액은 법인 소득공제를 받도록 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재부, 세제혜택 도입 검토 착수
기재부는 이런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인구절벽 우려가 큰 상황에서 파격적인 직원 출산장려금에 대한 호평이 이어져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선의가 세금 문제로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기업의 출산 지원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게끔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기업이 출산·보육과 관련해서 근로자한테 지원금을 주거나, 복리후생분야로 지출을 하는 경우 상당 부분을 비용으로 인정해줘 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유력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원금을 받은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일단 기업들 전반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아직 초기 단계라 부영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지도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선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왜 2021년 이후 태어난 아이부터 혜택을 줘야 하는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며 “2021년 전에 태어난 아이와 이후 태어난 아이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영범 세무사는 “저출산 문제의 약한 고리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인데 기부할 여유가 있는 대기업의 임직원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걱정했다. 부영그룹의 경우 2023년 기준 재계 서열 22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박 세무사는 이어 “특정 기업 총수의 성향에 따라 출산 장려금의 규모와 전달방식, 대상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 공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기업 위주의 출산장려금은 오히려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부유층의 부(富)의 무상 이전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기부자가 개인의 경우 A가 B의 손자에게 출산장려금 기부 명목으로 1억원을 주고, B가 A의 손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1억원을 주는 식의 편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물려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개인 자격은 제외하고 법인 자격으로 기부하는 경우에만 세제혜택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기업이 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에 기여하겠다는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며 “모든 세제는 부작용 우려가 있기 마련이라 취지가 좋다면 일단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우진 세무사는 정책 대안으로 “사회복지단체나 공익단체 등을 통해 기부하는 경우로 한정하면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선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기부금 유용 등을 막기 위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관련 비용도 발생한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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