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김희애 울린 남자 돌아왔다…20년 만에 목줄 찬 피아노맨
배우 김희애 씨가 열연한 JTBC 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 괴로웠던 미국 유학 시절의 위로가 되준 곡이라며 노래를 읊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Piano Man)'. 이 드라마가 방영한 2014년은 조엘이 은퇴를 선언한 지 약 10년째로, 두문불출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조엘의 음악은 불후의 명곡으로 곳곳에서 전파를 탔다. 그런 조엘이 이달, 화려하게 컴백했다. 약 20년 만이다. 그가 발표한 신곡의 제목은 번역하면 '불을 다시 켜라(Turn the Lights Back On)'이다. 그는 4일 열린 팝의 잔치, 그래미 어워즈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다.
은퇴를 결심했던 이유는 뭘까. 그는 뉴욕타임스(NYT)와 5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내가 쓰는 곡에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내 곡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힘들었다"고 덧붙이면서다. NYT는 조엘에 대해 "직선적이고 차분했다"라고 묘사했다. 그런 그는 NYT에 "나는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며 "그 기준을 스스로 충족하는 게 점점 위협적으로까지 느껴졌고,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은퇴 선언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그는 1971년부터 93년까지 12개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고, 플래티넘 기록도 수차례 세웠다. 74세가 된 올해, 지난 4일 컴백 무대에서 그는 여전한 피아노 연주와 가창력을 선보이며 무대를 장악했다. 정작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싫다고 한다. 그는 NYT에 "매번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들으면 실망한다"며 "항상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려는 경향이 있다"라고도 털어놨다. "나는 가수라기보다는, 피아노 연주자라고 스스로를 생각한다"고도 했다. 팝 거장의 고백치고는 인상적인 솔직함이다. 그가 따라하고 싶어했던 뮤지션들은 레이 찰스, 제임스 브라운 등이었다고 한다.
그는 음악에 대해 "목줄(harness)"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는 NYT에 "목줄을 다시 매게 된다면, 내 성격상 대충은 못 한다"며 "100%를 헌신해야 하는데, 그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그런 그의 마음을 되돌린 건 음악과 전혀 인연이 없는 의사와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그의 선후배 동료들은 그에게 계속 컴백을 종용했으나, 그는 계속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고, 보다 못한 후배 한 명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저기,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상담을 받아보면 어때요."
조엘은 그 충고를 따랐다. 효과가 있었다. 그는 NYT에 "새로운 빌리 조엘의 앨범이 가능하다고 믿어주는 누군가가 나에겐 필요했던 것 같다"며 "왜냐하면, 나 자신이 빌리 조엘의 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 의사는 빌리 조엘의 팬이었다고 한다. 의사의 조언도 있었지만, 그의 날카로웠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 것은 나이 듦이었다. 그는 NYT에 "앨범을 낼 때마다 '히트할까' '평론가들은 뭐라고 할까' 등 걱정이 많았지만, 세월이 가면서 그 우려는 옅어지긴 했다"고 말했다.
조력자도 있었다. 젊은 업계 후배로, 그와 어떤 인연도 없던 프레디 웩슬러라는 인물이었다. NYT의 설명에 따르면 웩슬러는 2년 전 빌리 조엘과 함께 일하고 싶어 만방으로 알아봤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식당에서 그를 만났고, "시간이 없으니 테이크아웃을 하겠다"는 조엘에게 빠르게 컴백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조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피아노 맨'이 다시 '목줄'을 찬 것이다.
조엘은 신곡에 대해 "모든 관계에 있어서 사람들이 겪는 두려움을 다뤘다"며 "나는 항상 '내가 이 관계를 망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실제로 (망쳤던)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를 두고 조엘이 3번 이혼 후 4번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조엘은 신곡에 대해 NYT에 이렇게 말했다. "들어보니 이런 생각이 들어다. 어, 나쁘지 않은걸. 좋은걸."
그는 컴백을 기념해 7월까지 뉴욕에서 콘서트를 이어간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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