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 필요 없어!… 드라마 이끄는 3040 여주인공

정진영 2024. 2. 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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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중심에는 '걸크러시' 면모를 보여주는 30, 40대 여배우들이 있다.

지옥 같은 현실을 속 시원하게 헤쳐나가는 건 여자주인공의 몫이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드라마에 등장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30, 40대 여배우들이 주축이 됐다는 게 요즘 드라마들의 공통점이다.

보통 20~30대의 여배우와 10살 이상 차이 나는 남배우가 주인공을 이뤄지만, 요즘은 그 반대로 남자주인공이 10살 안팎의 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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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문제해결 주도해
남주인공은 조력자 역할
“나이에 맞는 역할 해내”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강지원은 2회차 인생에서 통쾌한 복수를 펼친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남자주인공에겐 “내 힘으로 하겠다”며 기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tvN 제공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중심에는 ‘걸크러시’ 면모를 보여주는 30, 40대 여배우들이 있다. 지옥 같은 현실을 속 시원하게 헤쳐나가는 건 여자주인공의 몫이다. 남자주인공은 지원군에 머문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드라마에 등장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30, 40대 여배우들이 주축이 됐다는 게 요즘 드라마들의 공통점이다. 결혼을 했든, 출산을 했든 그 전과 다름없이, 혹은 더 풍부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녹아들고 있다.

그러면서 남녀 주인공의 나이대도 바뀌었다. 보통 20~30대의 여배우와 10살 이상 차이 나는 남배우가 주인공을 이뤄지만, 요즘은 그 반대로 남자주인공이 10살 안팎의 연하다. 오랫동안 드라마를 구성해왔던 관행이 깨진 셈이다.

‘월요병 치료제’로 통하는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남편과 절친의 배신으로 1회차 인생을 지옥 속에 마무리했던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이 2회차 인생을 통해 이들에게 복수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회귀와 불륜, 복수까지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의 요소는 다 갖췄지만 뻔하다는 소리보다 통쾌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강지원의 태도가 큰 몫을 차지한다.

강지원과 함께 10년 전으로 회귀한 남자주인공 유지혁(나인우)이 있지만, 그는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님은 아니다. 사실 백마 탄 왕자님을 자처했지만, 강지원은 “내 일은 내 힘으로 해내겠다”며 그저 지켜봐 달라한다. 강지원은 자신을 괴롭혔던 남자친구에게도, 절친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직접 통쾌한 한 방을 먹인다.

MBC '밤에 피는 꽃'. MBC 제공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연인’의 시청률을 가뿐하게 넘어선 MBC ‘밤에 피는 꽃’의 조여화(이하늬·사진)는 일종의 히어로다. 낮에는 수절과부로 지내며 대문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지만, 밤에는 복면을 쓰고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을 도와주기 위해 칼싸움도 불사한다. 사대부가 맏며느리에 과부라는 짐이 양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조선시대를 살지만, 불타오르는 정의감 실현을 위해 담을 넘는 여화를 통해 시청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런 여화의 정체를 알고도 “내 눈에만 띄지 말라”며 알게 모르게 여화를 도와주는 박수호(이종원)도 연하이자 조력자인 남자주인공이다.

‘걸크러시’ 여주인공 대열에 최근 합류한 JTBC ‘끝내주는 해결사’의 김사라(이지아)도 비슷한 구조다.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며느리이자 최고의 이혼변호사로 활약했지만 위장이혼을 당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감옥까지 가는 등 나락으로 내몰렸으나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간다. 자신을 배신했던 남편을 똑같이 감옥에 보내거나 그의 재산을 탕진하는 게 사라의 목표다. 동업자로 나오는 동기준(강기영)은 사라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예정이다.

드라마들의 이러한 추세를 두고 여배우들이 잃어버렸던 목소리를 찾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7일 “더 이상 여배우들이 자신의 나이를 속이지 않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해내며 또래 집단의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며 “예전엔 남편에게 배신당해도 ‘전부 내 탓’이라거나 ‘내가 못나서’라고 얘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그렇게 말하는 시어머니에게도 당당하게 ‘그게 왜 내 탓이냐’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됐고, 그게 드라마에도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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