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한국 축구와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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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무너졌다.
2002년 월드컵 4강이라는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린 한국 축구처럼 K반도체는 어느새 대만에 다시 역전당한 처지가 됐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1990년대에는 연 8%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평균 2.2%까지 하락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1%대로 떨어졌다.
호되게 매를 맞은 한국 축구지만 선수들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위해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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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무너졌다. 64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세계랭킹 87위인 요르단에 0-2로 참패를 당했다. 수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공격도 유효슈팅이 0개일 정도로 지리멸렬했다. 답답한 한국 축구를 보고 있자니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이 오버랩됐다.
손흥민과 김민재 같은 월드 클래스 선수 한두 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축구처럼 한국 경제도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 외에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이 없다. 연간 수출액의 3분의 1가량을 두 업종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실제 우리 경제는 2000년대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10년이 넘도록 바이오 등 신산업 발굴에 실패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처럼 반도체가 고꾸라지면 전체 경제가 휘청인다.
손흥민만 바라보는 축구처럼 반도체에 명운을 건 한국 경제는 사실상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02년 월드컵 4강이라는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린 한국 축구처럼 K반도체는 어느새 대만에 다시 역전당한 처지가 됐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1990년대에는 연 8%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평균 2.2%까지 하락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1%대로 떨어졌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히딩크 이후 명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팀을 운영·책임지는 대한축구협회는 어느새 무능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지난 20년간 성공한 정권이 있을까. 정치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저성장이 고착화됐고 가계부채, 재정 고갈 등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남은 것은 창조경제(박근혜정부), 소득주도성장(문재인정부) 등 공허한 구호뿐.
5년마다 ‘세상’이 바뀌는 대통령제의 속성상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려 한다. 정경분리가 원칙이지만 경제는 정치에 예속된 지 오래다. 기업들은 수출보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어야 하고, 총수들은 대통령의 병풍 노릇을 잘 수행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여야 줄타기도 잘해야 한다. 지금은 떡볶이를 먹으며 웃고 있지만 3년 뒤 정권이 바뀌면 이들 총수는 전 정권과 친했다는 괘씸죄로 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설지 모른다.
“이번에 우승하면 안 된다”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인터뷰 발언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는 것처럼 한국 축구는 열악한 인프라와 얕은 선수층으로 미래가 밝지 못하다. 한국 경제도 성장의 근간을 훼손하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산업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저출생 문제는 미래에 해결할 게 아니라 당장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 이미 지난해 1분기 기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68.8%로, 일본(78.6%) 미국(71.8%) 등 주요국보다 낮은 상황이다. 앞으로도 매년 35만명의 생산인구가 감소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하지만 아직 정부 정책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지 않다. 직원이 출산할 때마다 1억원씩 준다는 민간기업만큼 고민하는지 의문이다. 최근 만난 전직 경제부처 고위관료는 “돈으로 해결하지 않더라도 ‘셋째아이는 인서울 대학 입학 보장’ 등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낼 생각을 왜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호되게 매를 맞은 한국 축구지만 선수들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위해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매야 한다. 한국 경제도 여러 난제를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공은 둥글고, 한국판 구글이나 아마존이 혜성처럼 나타날 수 있는 게 축구고, 경제다.
이성규 산업1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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