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한 분’ 하나님이면서 ‘복수의 인격자’ 전해

2024. 2. 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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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션 카운슬러] <27>
Q: 삼위일체는 모순 아닌가요
러시아 화가 안드레이 루블로프(1360~1430)의 대표작인 ‘삼위일체(The Trinity)’. 1411년 작품으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를 묘사했다. 국민일보DB


A: 삼위일체 교리는 기독교의 핵심이면서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은 삼위일체론을 ‘형이상적인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는 논리적으로 모순이며, 사람들이 만든 것이고, 성경에 없는 교리에 불과한가?

이성을 초월한 하나님 차원

우선 설명하기 어렵다고 해서 모순이나 비진리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의 기독교 변증학자인 노먼 가이슬러(1932~2019)는 “삼위일체 교리가 이성에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넘어선 것이며, 모순이 아니라 복잡한 교리”라고 말한다. 초등학생이 미적분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문제를 모순이라고 우겨선 안된다.

영국의 변증가 C.S. 루이스에 따르면 삼위일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인간적인 차원과 신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1차원은 직선의 세계이고, 2차원은 직선으로 도형을 그리는 것이며, 3차원은 직선과 도형으로 고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3차원은 1·2차원의 특징을 버리지 않고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그 특징들을 결합할 수 있다. 인간적인 차원에서 ‘한 인격은 한 존재이고 두 인격은 별개의 두 존재’이지만 하나님의 차원에서 ‘세 인격인 동시에 하나인 존재’가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루이스는 이를 두고 “정육면체가 하나의 정육면체인 동시에 여섯 개의 정사각형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유한다.

자연현상에서 마주하는 삼위일체

둘째, 우리는 자연에서 창조주의 삼위일체적 특징을 추론할 수 있다. 로마서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안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된다”고 선포한다. 마치 화가의 기법이 그림에 담기고 작곡가의 특징이 그 악보에 표현되는 것처럼 창조주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특성도 만물에 암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을까.

미국 창조과학회 회장을 지낸 헨리 모리스(1918~2006) 박사에 따르면 물리적 우주는 삼위일체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우주는 물질, 시간, 공간 이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어느 하나가 없다면 우주는 이뤄질 수 없다. 그리고 세 요소는 각각 세 가지의 하부 단위로 이뤄진다. 가령 물질은 강력· 전자기약력·중력으로,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로, 공간은 가로·세로·높이로 구성된다. 물질과 시간과 공간을 각각 구성하는 세 요소 중 어느 하나가 빠진다면 물질, 시간, 공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특성은 그가 지으신 만물에 암시돼 있다.

인위적 교리가 아닌 이유

셋째, 삼위일체는 인위적 교리가 아니라 사도적 전승에 해당된다. 비평가들은 삼위일체 교리가 4세기에 사람들이 만든 인위적인 교리라고 주장한다. 삼위일체 교리는 니케아 공의회(325년)와 콘스탄티노플 공의회(381년)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초대교회는 이미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교리를 가르치고 있었다.

베드로 제자로 알려진 로마의 클레멘스(AD 50~99)는 96년에 쓴 편지에서 삼위일체적인 내용을 말하고 있다. 사도 요한의 제자로 알려진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AD 35~117)도 예수를 성육신하신 하나님으로 표현했다. 초대교회 교부 아테나고라스는 176년경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AD 121~180) 황제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표현을 반복해서 설명한다.

단수·복수로 표현되는 하나님

넷째, 삼위일체는 기독교가 계시종교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자기를 계시했다. 신·구약 성경은 공통적으로 ‘하나님이 한 분’이라는 것과 ‘하나님이 복수의 인격(위격)’을 가진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모세는 하나님이 한 분이라고 확신하면서도(신 6:4) 때때로 복수형으로 묘사한다.

가령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가(창1:26)”라고 구절에서 엘로힘(하나님)을 복수형으로 표현했다. 또한 이사야서에서 하나님은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해 갈꼬…”(사 6:8)라고 말씀한다. 여기에서 하나님은 ‘내(단수)’와 ‘우리(복수)’를 함께 사용했다. 이처럼 하나님을 ‘단일성’을 기준으로 하되 때때로 ‘복수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삼위일체에 대한 암시로 보기에 충분하다.

신약성경은 삼위일체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킹제임스 성경에서 사도 요한은 삼위일체를 분명하게 표현했다.(요일 5:7) 예수님의 대위임 명령(마 28:19)과 사도 바울의 축도(고후 13:13)에서도 삼위일체는 명확하고 충실하게 표현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위일체는 성경의 하나님을 가장 적합하게 설명한다. 바울이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존재의 신비로움과 초월성 때문에 우리가 지금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고전 13:12) 그래서 삼위일체에 대한 설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생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구주 예수께서 우리를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스런 교제로 이미 초청하셨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17:21)

김기호 교수
한동대·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정통삼위일체 교리
매튜 버렛 지음, 전의우 옮김
생명의 말씀사


저자는 일부 근·현대 신학자들이 삼위일체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도들과 교부들이 전해준 복음적인 삼위일체 교리를 설명한다. 삼위일체는 창조, 구원, 교회와 성례, 종말론을 관통하는 핵심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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