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법정에 두 번이나 울린 문재인 전 사위 이름

강찬호 2024. 2. 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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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타이이스타젯 직원 서모가 2019년 6월경 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에게서 지급받은 수수료를 반환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취지입니다.”

“같은 해 6월7일경 타이이스타젯 서모로부터 형식적 수수료 지급 계약 체결을 검토 중이란 이메일을 받은 것이 확인됩니다.”

지난달 24일 전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 (부장판사 노종찬) 법정.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모(44)씨의 이름이 두 번이나 울려퍼졌다. 이스타항공의 자금을 빼돌려 태국에 저가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안긴 혐의(배임)로 기소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된 자리였다.

「 문 전 사위 특채의혹 수사 급물살
판사도 사위 이름 두 번 거론 눈길
문 전 대통령의 투명한 해명 필요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의 남편이던 서씨는 증권·게임 업계 출신으로 항공 업계 경력이 전무했다. 그런 사람이 2018년 돌연 가족과 태국으로 이주한 뒤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해 2년 가까이 일했다.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이 전 의원 지시로 매달 월급 800만원과 렌트비 약 350만원씩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동안 서씨의 존재는 베일에 가려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곽상도 의원이 서씨 일가의 수상한 태국행을 폭로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이라며 입을 봉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서씨는 ‘제임스’란 이름으로 전무이사급으로 근무했지만 항공에 대해 잘 몰랐고 영어도 서툴렀다는 증언(구마다 아키라 타이이스타젯 훈련국장)이 확보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 외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판결에서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가 판사의 입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서씨는 이 전 의원이 배임죄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타이이스타젯으로부터 일단 지급 보증 수수료를 받았다가, 몰래 수수료를 돌려주기로 한 사실을 타이이스타젯에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이상직의 극비 조직’이었는데, 서씨는 그 조직의 고위직으로 벼락 출세하고, 불법성 농후한 ‘수수료 쇼’ 연락책까지 맡은 것이다. 서씨가 무슨 배경으로 이 전 의원과 이렇게 깊숙한 연을 맺고 비밀스런 활동을 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검찰의 칼끝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하고있다. 항공 문외한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고위직에 채용된 대가로 이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인데, 임명에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이는 문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재인 청와대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에 부당 개입했는지를 저인망식으로 훑고 있다. 홍종학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조현옥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 등이 줄줄이 소환됐다. 서씨도 지난달 16일 자택 압수 수색을 당한 데 이어 29일 전주지검에 소환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서씨는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검찰은 설 이후 그를 재소환할 방침이다.

이 전 의원과 민주당 일각은 “총선을 앞둔 기획 수사이자 공소권 남용”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2021년 5월 고발된 이 사건은 검찰이 꾸준히 수사를 이어온 끝에 3년여 만에 윤곽이 드러났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수사 개시부터 문재인 정부 검찰이 했다. 필수 절차인 태국 당국의 자료 협조가 10개월 넘게 걸리며 수사 기간이 길어진 것뿐이다. 법원도 이런 이유로 공소권 남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전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돈 수백억원 횡령·배임과 채용 비리 등 혐의로 징역 9년 반(합계)을 선고받았다. 직원 600명을 해고하며 임금·퇴직금 500억원을 주지 않은 채 빼돌린 돈으로 호화 생활을 했다. 쫓겨난 직원들은 택배나 대리 기사직을 전전해야 했다. 특히 이 전 의원의 죄상을 폭로한 노조원들은 그의 유죄가 확정돼 회사를 떠난 지금도 복직하지 못한 채 고된 삶을 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그는 2019년 곽상도 의원의 폭로로 논란이 불거진 이래 ‘이스타’의 ‘이’자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딸 다혜씨가 지난달 24일 “또다시 표적이 될 아버지”라는 글을 올렸을 뿐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거두절미하고 ‘또다시 표적이 된 영부인’이라고 한다면 펄쩍 뛸 사람들이 문 전 대통령 주변과 민주당 아니겠는가. 명품백 논란이 해명돼야 하는 것처럼,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도 해명돼야 마땅하다. 더욱이 이 사건은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노동자 수백명과 기업경제에 큰 해악을 끼친 대형 범죄와 연루돼 있지 않은가.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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