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60년대생이 온다

2024. 2. 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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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386세대니 586세대니 하는 데서 보듯이 1960년대생은 2000년대부터 사회의 지배 세력을 이루어 왔다. 최근 이들이 퇴직 대열에 속속 합류하면서 열악한 재취업 일자리와 노후 준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늙은 수사자처럼 전성기가 지나가 버린 것일까? 60년대생들에게 펼쳐지는 미래는 어떠할 것이며 이들에게 던져진 도전과제는 무엇일까? 60년대생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이 질문에 답해본다.

60년대생은 후진국, 중진국, 선진국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1960년생이 태어날 때 우리나라 1인당 GDP는 79달러였는데 이들이 퇴직할 때는 3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당시 튀르키예가 275달러였다. 지독하게 가난할 때 태어나고, 성장할 때 청년기를 보내고, 번성할 때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50여 년 인생 동안 후진국부터 선진국까지 모두 경험한 세대는 없을 것이다. ‘배부름과 배고픔,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운 세대다. 그만큼 독특한 경험이 응집되어 있다.

「 860만 명의 응집된 세대
초고령 사회의 주역 부상
세대 간 상생의 길 택해서
함께 가는 길 내는 세대 돼야

60년대생이 온다 [일러스트=김회룡]

경제적 경험만이 응집된 게 아니라 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응집력이 뛰어나다. 60년대생들은 베이비부머의 중간층을 이루고 있다. 55년생부터 74년생까지를 1, 2차 베이비부머라 하면 이들 숫자가 1670만 명에 이르는데 이 중 60년대생이 860만 명, 55~59년생과 70~74년생을 합하면 810만 명가량 된다. 그런데 55~59년생과 70~74년생은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는 반면에 60년대생은 단일한 문화적 경험을 가진 연령층이 860만 명에 이른다. 중간이면서 중심을 이루는 이유이다.

학력 상승도 응집력에 일조했다. 386세대라는 용어에서 알수 있듯 80년대 학번을 내세우는 것만 봐도 대학생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을 보면 1980년에는 또래 중 대학생 비율이 11.4%였으나 1985년에는 22.9%로 두배 가까이 되고 이 수준이 1989년까지 이어진다. 1981년에 대학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학 입학 정원이 30% 늘어나면서 대학생의 비율이 두 배 가량 되었다. 실제로 1980년 대학 진학자는 11만 명이었으나 1985년에는 23만 명, 1990년에는 25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 이전에 비해 매년 10만 명이 많다고 해도 60년대생 전체로는 100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추가된 셈이다.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60년대생은 세대 간 불평등과 세대 내 불평등을 야기한 세대다. 이들이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적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60년대생은 산업화 시기에 성장해서 부를 늘릴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위 세대는 외환위기 때 사라졌고 그 아래 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 취업을 못함으로써 60년대생이 세대 간 경쟁의 승자가 되었다. 대기업 임원과 정치인 등 주요 위치에 60년대생이 공고하게 자리잡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편,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확산되고 산업구조가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바뀌면서 60년대생 내의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세대내의 불평등도 확대되었다. 경남 지역의 쇠퇴와 경기 남부와 중부 지역의 발전이 이를 보여 준다. 60년대생이 한편으로는 많이 가진 세대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후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양극화된 세대로 비치는 이유다.

앵글을 미래로 돌려보면, 60년대생들은 싫으나 좋으나 우리나라 초고령사회의 주역이 된다. 우리나라는 2023년 65세 이상 비율이 총인구의 19%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1%포인트 앞두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때 60년대생은 55~65세에 속해 있고 수적으로도 860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강한 응집력과 부를 갖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흐름을 주도해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늙어버린 수사자가 아니다.

일본은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가 고성장의 혜택은 누리면서 노후 부담은 젊은 세대에게 떠맡긴다고 해서 이들을 ‘도망치는 세대’라 부른다. 초고령사회를 이끌 우리의 60년대생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도망치는 세대가 아닌 초고령사회와 저성장사회를 극복하는 세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세대 간 죄수의 딜레마를 잘 풀어야 한다. 각자의 살길을 찾는 경쟁게임이 아닌 상생의 길을 찾는 협조게임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하고, 뒤처진 사람과 함께 가고, 세대가 상생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와 저성장으로 우리는 울퉁불퉁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초고령사회 주역인 60년대생은 다행히 응집된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울퉁불퉁한 길을 고르는 세대’가 되었으면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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