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13) 세상 사람들이

2024. 2. 8. 00: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세상 사람들이
인평대군(1622∼1658)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구나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을 고치고자
-청구영언 진본

삼가고 또 삼가야 한다

인조의 셋째 아들인 인평대군이 남긴 시조다. 삼전도의 굴욕으로 병자호란이 끝나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인질로 청에 끌려갔다가 3년 뒤 인조의 문병차 귀국하게 되자 형들을 대신해 인질로 갔다. 청으로 끌려가며 어미가 굶어 죽어가면서도 자식에게 먹이를 양보하고, 매서운 추위에 겉에 걸친 찢어진 옷마저 아들에게 벗어주는 부모들, 눈 속에서 새 한 마리라도 움켜잡으면 세자와 대군이 잡수셔야 한다고 갖다 바친 백성들의 충성심에서 느낀 한없는 부끄러움과 자책감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는 시서화에 모두 능했다. 인간의 생활에서 삼가고 조심해야 할 것을 이처럼 시조로 읊었다. 삶에 소중한 교훈이다.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사란 어쩌면 그리도 흡사한가? 지금부터라도 삼가고 또 삼가야 할 일이다.

그는 두 형과 우애가 깊었다. 인평대군이 감기에 걸려 반년이 지나도록 낫지 않자 효종이 찾아와 아우의 초췌함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가 끝내 37세로 죽자 왕이 몸소 시신을 염습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