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토요타 손잡고 공장 또 신설…TSMC, 이유있는 일본행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에 공장을 또 짓는다. 이달 내 문을 여는 구마모토현 제1 공장에 없는,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까지 추가해서다. 이로써 TSMC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얻고, 일본은 잃어버린 반도체 제조국의 영광을 되찾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TSMC는 6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구마모토현에 두 번째 공장을 짓기 위해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일본 첨단반도체제조사)에 52억6200만 달러(6조9830억원)를 추가 투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JASM은 TSMC가 일본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소니(지분율 6%), 덴소(5.5%)와 함께 설립한 회사인데, 이번에 토요타(2%)까지 합류했다.
제2 공장은 올해 말 착공해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다. TSMC는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해 일본 남부 구마모토에 제2 공장을 짓는다”며 “생산 규모 증가로 JASM의 전반적인 비용 구조와 공급망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마모토 제1공장은 이달 24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다. 대만 외 지역에서 TSMC 반도체가 생산되는 첫 공장이다. 도쿄돔 4.5배 규모인 이곳에서는 12·16·22·28나노(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 기반으로 12인치 웨이퍼가 월 5만5000장 생산될 예정이다. 제2 공장에는 6나노 공정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구마모토의 두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매월 12인치 웨이퍼 10만 장 이상이 생산되며, 일자리 3400개가 생길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TSMC가 3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제3 공장도 일본에 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TSMC가 잇따라 일본행을 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영향이 크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장 건설비의 최대 50%까지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내세웠다. 국적도 가리지 않고, 성숙(레거시) 공정부터 첨단 반도체까지 구분 없이 지원하는 조건이다. TSMC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JASM에 대한 투자 총액은 200억 달러(약 26조5400억원)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공장에서 만든 반도체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일본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의 저렴한 인건비도 매력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민 기업’으로 불리는 소니의 대졸 초임 월급은 약 22만2000엔(약 199만1517원)이다. JASM은 지난해 125명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대졸 사원들에게 28만엔(약 268만원)을 월급으로 지급했다. 소니나 구마모토현 내 500인 이상 기업 대졸 기술자의 초임(20만9730엔)보다 약 68만원 더 많다.
일본에선 반도체 공장의 완공이 줄이어 예정돼 있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미에현에 투자한 낸드플래시 공장이 오는 3분기에 양산을 시작한다. 미국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D램 공장도 올해 말 양산이 목표다. 토요타·소니·키옥시아 등 8개사가 합작해 세운 라피더스의 훗카이도 공장도 2027년 2나노 칩 양산이 목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이 커질수록 한국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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