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손흥민 “대표팀, 계속 뛸 수 있을지…”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공격수 손흥민과 황희찬이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며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캡틴’ 손흥민은 7일 열린 4강전에서 한 수 아래 전력의 요르단에 0-2로 패해 탈락한 뒤 “내가 너무 부족했고, 팀을 이끄는 데 있어서 많은 부족함을 느꼈던 대회다. 많은 선수의 희생, 헌신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원하는 성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선수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또 저희 팬과 국민에게 너무 송구한 마음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준결승 패배로 인해서 선수들이 참 크게 실망하고 힘들 텐데, 나를 질책해주시길 바란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2년 뒤 북중미 월드컵을 치른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내가 앞으로 대표팀에서 계속 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저를 더는 (발탁할) 생각을 안 하실 수도 있다. 미래는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대신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손흥민은 “토너먼트를 치르기 전부터 감독님에 대한 시선이 매우 좋지 않았다. 부담감이 정말 컸을 것이다. 그런데도 선수들 앞에선 (힘든) 내색 안 하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에 패한 뒤 고생한 손흥민을 꼭 안아주며 위로했다. 손흥민은 “감독님은 이런 일을 통해서 더 단단해질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서 1년 정도 하셨는데 복귀해서 더 많은 분석을 하실 거다. 더 단단한 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황희찬도 “중요한 순간에 차이를 만들지 못해 팀원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대표선수로 뛸 수 있다면 잘 준비해서 재미있는 축구, 이기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컵은 황희찬에게 유독 아쉬움이 많다. 그는 부상으로 대회 초반엔 뛰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와의 3차전부터 출전하기 시작한 그는 첫 선발 출격한 호주와의 8강전(한국 2-1승)에선 0-1로 끌려다니던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 동점 골을 터뜨리며 역전 드라마의 신호탄을 쐈다.
이날 경기에선 선발로 출전해 후반 36분까지 뛰었지만, 골을 넣지는 못했다. 황희찬은 “어제 훈련 때부터 근육이 안 좋았다. 풀타임을 뛰고 싶었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대회를 치르면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졌다.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하고, 아프지 않아야 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도하(카타르)=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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