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박강남이야!” 전설적 추리예능 ‘크라임씬’ 귀환
“넌 박강남이야!” 영화감독 장진이 이렇게 외치자 모두 아연실색했다. 2015년 방영된 JTBC ‘크라임씬2’ 속 한 장면. 미인대회 살인사건을 들여다보던 장진은 용의자 중 한 명인 박미녀가 신분을 속인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예상 못 한 반전에 시청자는 소름이 돋았지만 제작진은 애가 탔다고 한다. 범인을 너무 빨리 찾아 방송 분량을 채울 수 없을 거라 걱정했다.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예능 PD마저 ‘망했다’고 생각한 이 방송은 온라인에서 대박을 냈다. 해당 에피소드는 ‘레전드’로 불리며 유튜브에서 조회수 220만번 넘게 시청됐다. 댓글창엔 후속 시즌을 만들어 달라는 염원이 줄을 지었다. ‘크라임씬’이 시즌3로 막 내린 지 7년. 팬들의 기다림이 드디어 응답받았다. ‘크라임씬’이 ‘리턴즈’란 부제를 붙여 9일 티빙에서 공개된다. 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윤현준 PD는 “‘크라임씬’은 방영 당시 시청률이 1%대였으나 종영 후 팬이 늘었다”며 “새 시즌을 만들어보란 제안을 여러 번 받았는데 고민 끝에 티빙과 함께 ‘크라임씬 리턴즈’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말로 ‘범죄 현장’을 뜻하는 이 프로그램은 tvN ‘대탈출’ 시리즈 등으로 이어진 추리 예능의 시초로 꼽힌다. 제한된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증거와 정황을 종합해 진범을 찾는 형식이다. 출연자들은 탐정인 동시에 용의자가 된다.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찾고, 범행동기와 범행방식 등을 밝혀야 한다. ‘천재’로 불린 홍진호마저 적중률이 50%를 겨우 웃돌 만큼 추리의 난도가 높다. 머리만 좋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자신이 찾은 진실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려면 카리스마와 언변이 필수다. 주어진 캐릭터를 표현하는 연기력도 필요하다.
범죄 현장을 만드는 일은 범인을 잡기보다 더 어렵다. 인물마다 범행동기나 알리바이를 부여해야 하고 출연자가 여러 단서를 종합해 추리하도록 길을 터줘야 해서다. 윤 PD는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 1~2개월여가 걸린다. 출연자들에게 캐릭터를 숙지시키는 데도 짧게는 2주, 길면 1개월을 썼다”고 돌아봤다. ‘크라임씬 리턴즈’에선 간판 출연자 장진, 박지윤, 장동민에 아이돌 가수 키, 안유진, 배우 주현영이 합류했다. “tvN ‘놀라운 토요일’을 본 작가들이 키를 일찍부터 추천했고, tvN ‘지구오락실’에서 똘똘하고 끈질긴 안유진을 눈여겨봐 캐스팅했다”는 설명이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서 신들린 모방 연기를 보여줬던 주현영은 ‘크라임씬 리턴즈’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한다.
TV에서 OTT로 공개 창구를 옮긴 만큼 프로그램 안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벌어질 전망이다. 우선 에피소드가 길어졌다. TV에선 회당 1개 에피소드를 다뤘으나 ‘크라임씬 리턴즈’는 한 에피소드가 평균 2화 분량으로 채워진다. 먼저 공개되는 1~4화도 공항 살인사건(1·2화)을 포함해 2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윤 PD는 “TV 방영 땐 편성 시간에 맞추느라 풀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엔 규모가 커지고 메시지가 깊어져 각 에피소드가 길어졌다”며 “범죄가 벌어질 장소를 먼저 정한 뒤 그에 맞춰 이야기를 짰다. 고시원 등 사회적인 소재를 양념으로 쓰되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회당 제작비로 따지면 방송국(JTBC)에서 만들 때보다 4~5배는 더 썼다”고 할 만큼 판이 커졌다. 그래도 허술한 합성사진과 패러디 등 ‘크라임씬’ 특유의 B급 재미는 여전하다. 온라인에서 키의 결혼사진이 공개되자 팬들은 ‘촌스러워서 반갑다’며 반색했다. 윤 PD는 이를 “‘크라임씬’의 시그니처”라고 짚었다. 온라인 시사회로 공개된 1~2편은 대체로 호평을 얻고 있다. 반응이 좋으면 후속 시즌을 기대해 볼만도 하다. 윤 PD는 “시즌2의 박강남 사건만큼 대박 날 에피소드가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면서도 “‘크라임씬’은 예측할 수 없는 것투성이라 오히려 예측하는 재미가 있다. 첫 녹화 이후 출연자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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