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명품백에 "부부싸움 안해…매정하게 못 끊은게 아쉬워"

현일훈 2024. 2. 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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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7일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100분간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대통령 부인이 박절하게 대하기가 참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품백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해당 대담은 지난 4일 촬영됐다.

다만 윤 대통령은 “시계에 몰카까지 달고 와서 이런 걸 했다.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나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걸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공작인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여사 선친과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치밀한 기획 아래 불법 촬영한 공작임을 강조하면서도 향후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것이 “이런 일(명품백 수수)을 예방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을 전담 조사할 특별감찰관 임명에는 “국회에서 선정해서 보내면 대통령실은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셨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전혀 안 했다”며 웃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아쉽다”고는 했지만 “죄송하다” “잘못했다” 등의 사과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담 직후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 국민께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의 독선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와의 신념대담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사전 녹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20240207


최근 갈등을 빚은 당·정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최근에 통화한 적은 없다. 비대위원장 취임할 무렵 통화를 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이라든지 이런 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가까운 사이였지만 제가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고, 본인(한 위원장)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4월 총선에 출마하는 용산 대통령실 참모와 관련해선 “대통령실의 후광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혜라고 하는 건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선 핵 기반의 한·미 동맹으로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선 제기되는 자체 핵 개발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금 핵을 개발한다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제 제재를 받게 될 것이고, 우리 경제는 아마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는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를 예로 들며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실무자 간에 교류와 논의 없이 ‘탑 다운 방식’으로 한다면 곤란하다. 아무 결론이나 소득 없이 보여주기를 하는 것에서 끝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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