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위원장 취임때 통화…공천 관여 않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KBS와의 특별 대담에서 최근 불거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것을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검사 선·후배로 인연을 쌓아왔지만 사적 인연과 공적 관계는 별개라는 취지였다. 이날 한 위원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공적 지위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고, 개인적 관계는 낄 자리가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의 최근 소통과 관련해선 “비대위원장 취임 무렵 통화를 했고, 저는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한오섭) 정무수석 등이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는데, 제가 직접 전화하는 것은 한 위원장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한 38명의 대통령실 참모 출신에게 ‘대통령실 후광’이 작용하지 않겠냐는 물음에는 “후광이 작용하겠느냐”며 “(출마자들에게) ‘특혜는 기대도 하지 말고,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되니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한번도 열리지 않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 회담에 대해선 “영수 회담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된다”고 전제하며 “영수 회담은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무시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여당 1호 당원이지만, 엄연히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별개”라며 “우리 당(여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 대표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집권 여당 지도부를 소홀히 하는 처사”라고도 했다. 하지만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 결심 사항이 필요한 것이라든지, 그런 단계가 됐을 때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회담을 하지 않는 데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선 “(이 대표의)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정치는 정치고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30% 안팎의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국정수행 지지율에 관한 문답도 오갔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박스권 숫자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선거 때 지지율과 대통령이 되고 나서의 지지율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당선 때 지지율에 비슷한 수준에 가려면 손에 잡히는,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낮은 지지율로 인해 국민이 야속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며 “국민이 제게 실망을 덜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 정상의 지지율도 많이 떨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이 최근 넉달간 20%대를 기록한 것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국회와의 관계에 관한 발언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에 대해선 “여소야대가 워낙 심하다 보니 국정과제 추진에 애로사항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 국회에서는 정부가 잘못되지 않게 견제하더라도, 국익과 국민 이익을 위해서 정부 일에 협조하면서 견제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9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선 “국회에서 의결된 법이 행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여야의 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취임 직후부터 2022년 11월까지 진행하다 중단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 대해선 “젊은 기자들을 출근길에 만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아침 도어스테핑이 저녁까지 종일 기사로 덮이다 보니 다른 부처 메시지 등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소통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 여론이 많아서 일단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잇따라 피습을 당한 데 대해선 “긍정의 정치보다 증오의 정치, 공격의 정치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돼오지 않았나”라며 “단순히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거짓과 가짜 음해 공격의 기저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압하겠다, 그러니까 폭력이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취임사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반지성주의, 거짓, 가짜, 이런 것에 터잡아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총선)를 앞두고 이성을 찾고 반지성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이야기가 얼마나 먹힐지 가늠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검찰총장 시절 핍박을 받더라도 시원한 승부사 기질을 보였는데, 최근 너무 조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이느냐”고 반문한 뒤 “대통령의 메시지는 시원하게 하면 좋을 때도 있지만, 울림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곤 “옳고 그르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민을 얼마나 잘 살게 하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검찰총장 때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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