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ETF 거래 폭증…벌써 과열 우려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2.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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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제고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주 가치 개선을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기간 관련 상품 거래가 급증하자 일각에선 과열 우려와 함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 구상을 밝힌 지난 1월 24일을 기점으로 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투자하는 ETF 거래량이 많게는 수십 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 직후였던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5일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펀드의 일평균 거래량은 3만577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8거래일(1월 15∼24일) 일평균 거래량(1357주)보다 2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5일까지 주가도 7% 안팎 올랐다.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는 세아제강지주, 크레버스,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한화생명, 현대백화점, 키스코홀딩스, 아세아시멘트 등을 담고 있다.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이거나 행동주의펀드 타깃이 된 기업이 주로 편입됐다. 상당수가 최근 시장 수급이 집중된 저PBR 종목이기도 하다.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도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이 1만3756주에서 2만6504주로 2배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해당 ETF 주가는 10% 가까이 올랐다. 이 펀드는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연대 등에서 주주행동주의를 개시한 종목이거나, 향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편입한다. 고려아연, KCC, 삼성카드, 현대글로비스, CJ, 한국알콜 등이 편입돼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17년 자산운용사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주주행동주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저PBR 종목 편입 비중이 높은 ETF나 고배당 ETF로도 투자자들이 몰렸다. 최근 ‘KODEX 보험’ ETF 주가는 20%가량 올랐다. 이 펀드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삼성생명, 현대해상 등을 담고 있다. 생명보험사 PBR은 0.2배, 손해보험은 0.4배 수준으로 매우 낮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ETF의 최근 수익률도 15%가 넘는다. 이 펀드 역시 저PBR 관련주인 금융지주사를 담고 있다.

이외 ‘ARIRANG 고배당주’ ‘HANARO 고배당’ ‘KODEX 고배당’ ETF 등의 일평균 거래량도 폭증했다. 은행과 보험 등 저PBR 종목에 투자하는 데다 배당 매력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유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당시 일본 투자 ETF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담은 ETF가 정책 실시 이후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며 “특히 향후 고배당주 ETF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증시가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 좋은 투자 대상인 데다 정책 호재가 존재하는 만큼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저PBR 종목 전반에 대한 과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어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간 저PBR주가 동반 폭등한 측면이 있어 관망 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저PBR 사이에서 이익·배당·자사주 등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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