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예고한 연세대생에 참 유감... 우리도 대학 구성원"

박수림 2024. 2. 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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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2심까지 재판이 이어진다면, 당사자로서 이 소송의 끝장을 봐야겠다. 참 유감이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현옥 전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장은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부 재학생이 1심에서 패소하고도 항소를 예고하자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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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1심 승소한 김현옥 전 분회장 "2심 결과 안 달라질것, 밑에서 일하는 사람 아냐"

[박수림 기자]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이 2022년 8월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만약 2심까지 재판이 이어진다면, 당사자로서 이 소송의 끝장을 봐야겠다. 참 유감이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현옥 전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장은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부 재학생이 1심에서 패소하고도 항소를 예고하자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분회장은 7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노조)는 정당한 쟁의행위를 했고, 2심까지 가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학내 노동자들을 학교의 구성원으로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이아무개씨 등 3명은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학내에서 시위를 한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2022년 5~6월 민·형사 소송을 진행했다. 고소를 당한 이들 중엔 김 전 분회장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형사 고소는 불송치로 마무리됐고, 지난 6일 민사(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재판부 또한 "원고(재학생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청소노동자 측 손을 들어줬다. (관련기사: "시위 시끄럽다" 고소한 연대생 패소... 승소한 청소노동자들의 당부 https://omn.kr/27cj5).

법원의 "기각" 소식을 기다렸을 김 전 분회장은 정작 재판을 지켜보지 못했다. 지난달 초 업무 중 낙상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면회할 수 없어 김 전 분회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우린 목소리 내야 했다... 연세대 동문 변호사들 고마워"

- 2022년 6월 시작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원고가 부담하게 했다. 선례가 생긴 거니 다음부터는 (학내 노동자들 쟁의에 대한 민·형사 소송 등) 비슷한 일이 안 생길 거다. 학생은 학생 나름대로 공부해야 했을 테고, 우리(노조)는 우리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야 했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소송을 안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소송이 시작되니 양쪽 다 (수사기관과 법원을) 왔다 갔다 하느라 손해였을 거다."

- 민·형사 소송 후 1년 8개월이 지났는데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나.

"(형사 고소 때문에) 수사기관에 불려갔을 때, 변호사님들의 응원이 가장 떠오른다 . 생전 처음 경찰서에 가니 발이 덜덜 떨렸다. 연세대 동문으로 구성된 변호사님들이 변호를 맡아주시기로 했는데, 경찰서까지 같이 동행해 주셨다. '걱정하지 말고 묻는 말에 잘 답하고 오시면 된다. 말씀 잘 안 나오시면 무리해서 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든든하고 정말 고마웠다.

연세대 다른 학생들의 응원도 힘이 됐다. '어머니들 지지해요, 투쟁!' 같은 말을 건넨 학생도 있었고 '고생하신다'며 음료수를 주고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대자보를 붙여준 학생, 연대 발언을 해주던 학생, 책 <공정감각> 인세를 전달해 준 학생들도 기억에 남는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측 소송대리인과 노동조합 측 관계자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
ⓒ 박수림
 
-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온라인에서 '연세대 청소노동자의 월급이 300만~400만 원 정도'라는 잘못된 글이 퍼졌을 때 제일 속상했다. 그 글 이후 '400만 원이나 받는데 왜 투쟁을 하냐'는 식의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우리가 학교에서 받는 임금이 시간당 9390원이었는데, 그게 어떻게 월급으로 400만 원이 되겠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 글 작성자가 주장한 300만~400만 원은 연세대가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노동자 1인당 도급비였다. 2021년 기준으로 도급비가 300만 원인 청소노동자가 실제 받는 월급은 208만 원, 도급비가 400만 원인 경비노동자는 28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너무 엉뚱한 주장에 속이 탔다."

- 패소한 학생들이 소송대리인(변호사)을 통해 항소를 예고했다.

"우리는 우리가 일하는 장소에서 정정당당하게 쟁의행위를 한 거다. 그런데 왜 또 항소하려는 건가. 2심까지 가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만약 2심까지 이어져 재판이 길어진다면, 퇴원 후 최대한 재판에 참석하겠다. 당사자로서 이 소송의 끝장을 봐야겠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정치외교학과 소속이다. 앞으로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정당한 쟁의행위를 한 노동자를 고소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 학생들도 곤란하지 않겠나. 참 유감이다."

- 앞으로 연세대 청소·경비·주차 노동자의 권리가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나.

"제가 2008년 4월에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17년 차 청소노동자다. 연세대에서 지금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로 일하는 분 중에는 10~20년이 넘게 일한 사람도 있다. 우리도 연세대에서 오랜 시간 일해왔다. 우리를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학교의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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