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의료계 "문재인 정부는 듣는 척이라도... 뒤통수 맞았다"

박수림 2024. 2. 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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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후 "폭발직전"... 의사·전공의 총파업 예고, 정부는 강경대응

[박수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뒤통수 맞았다." -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부글부글 끓고 있는, 폭발 직전의 상태다." -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의료계 고위 관계자들이 <오마이뉴스>에 전한 말이다. "거대 권력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오며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총파업까지 예고된 가운데 정부 또한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적극 논의했는데..."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수를 내놓은 최근의 과정과 의사 반발을 탄압하는 모습은 의사 직역 자체에 대한 공격적 선언"이라며 "의사 면허를 뺐겠다고 윽박지르며 단체 행동을 저지하는데 대체 어느 직역이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저희는 절대 의대 증원 자체를 반대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적절한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과학적인 추계와 현황 파악이 먼저라고 말해오면서 성실하게 논의에 참여했다. 의대 입학 정원 논의 과정과 증원 수, 증원 방법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실망스럽다."

김 이사는 "당황스럽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것 같다"라며 의료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의료계는 직역의 이익 보호만이 아니라, 의료의 전체적인 구조와 발전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타협의 의지도,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도 없다"며 "의대 입학 정원 논의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정부에 TV토론도 제안했으나 정부가 거절했다. 우리는 현재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라고 설명했다.

"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문재인 정부는 강경한 목소리에 대해 듣는 척은 했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반발이 심하니까 나중에 논의해야겠다'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일말의 타협 여지가 없다는 것을 너무 강경하게 내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 유성호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또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의협 집행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총파업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대화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필수의료패키지, 의대 입학 정원 확충 등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우리와 논의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발표들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의대 입학 정원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논의하자고 했지만, 정부는 미온적이다가 갑자기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계를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의협의) 의견 자체도 무시해 버리고 (정부가) 그냥 지나가 버리니 사실 (의협) 집행부 입장에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들은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때와 윤석열 정부 때의 의료계 태도가 다르다'는 지적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박 의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도, 의협 집행부도 서로 대화하자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대화의 채널을 다 끊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지금 집행부는 정부와 대화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20여 차례 만났고 최근 들어선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 만났다. 2020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한 번 또 급격하게 (의료계에서 비판의) 물살이 일 수도 있다"라며 "정부가 그런 걸 억지로 억누르려 하고 있는데 저는 그게 더 우려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도 총파업 예고 "거대 권력 앞에 어찌할 바 몰라"

의협은 정부 발표 직후인 6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집행부 총사퇴, 비대위 구성 및 총파업 절차 등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같은 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의협은 7일 오후 8시께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을 논의한다.

전공의들의 총파업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5일 대전협에 따르면, 전국 140여 곳의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8.2%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면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현재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은 총파업 참여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7일 페이스북에 "거대 권력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의료 현안과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과 총회에서 논할 계획"이라며 "이에 앞서 제 개인적인 생각과 입장을 밝히자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작금의 사태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 의료 분야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해 정확한 의사 인력 수요 예측과 수급 계획이 중요하다"라며 "미국과 달리 한국은 별도의 기관도,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2000명 증원이라고 내지를 것이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참여해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을 통해 낙수 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젊은 의사들의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 선택 기피와 해당 분야 전문의들의 이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필수 의료 분야의 근무 여건과 수익을 개선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의대 교수 증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이 우선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vs. 의료계 강대강 국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현재 의료 취약 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과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사 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가 전망한다"며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알렸다.

또 "의료현안협의체를 운영하여 (의협과) 28차례 논의했다"며 "정부는 의협에 의대정원 적정 규모에 대한 의견을 공식·비공식적으로 재차 요구했으나 의협은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날 의협의 총파업 예고 발표 후엔 추가로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의협 집행부 등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했다"며 "명령을 위반하여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고발 조치 등을 통해서 법에서 규정한 모든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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